‘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 지정 가닥
여야 관련 법안 발의, 연간 매출액 3조원 기준
민주당 ‘사전지정제’ … 정부·여당 ‘사후추정제’
벤처·스타트업계 반대에도 규제 흐름이 대세
온라인플랫폼기업의 독과점남용행위 방지를 위한 입법이 무르익고 있다. 야당에 이어 정부와 여당도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벤처업계와 스타트업계의 반대에도 온라인플랫폼 규제 요구가 더 거센 모양새다.
6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4일 열린 ‘제10차 배달플랫폼 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도 수수료 부담완화 방안을 합의하지 못했다.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차등 수수료율을 상생안으로 제시했다. 이미 배민은 매출액 하위 40% 업주에 기존 수수료율(9.8%)보다 낮은 2~6.8%의 차등 수수료율 적용을 밝혔다.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율을 기존 9.8%에서 5%로 낮추는 대신, 배달료를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날 쿠팡이츠는 한발 물러서 입점업체 매출액에 따른 차등 수수료안을 제시했다.
반면 입점업체 측은 ‘최고 5% 수수료율 상한 도입’을 고수했다. 5%보다 높은 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 여전히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양측은 합의하지 못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기존 안보다 더 전향적인 상생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7일에 회의 개최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정희 상생협의체 위원장은 “다음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그간의 논의를 종합해 최종적인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7일 11차 회의에서 상생안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생안과 무관하게 정치권에서는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생안은 강제규정이 아닌데다 온라인플랫폼들이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7월 ‘온라인플랫폼법’을 44명의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발의했다.
주요내용은 사전지정제를 담고 있다. 기준은 △발행주식의 평균시가총액 또는 그에 준하는 공정시장가치가 15조원 이상 △연평균 매출액이 3조원 이상이고, 월평균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 △월평균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수가 5만개 이상 등이다. 이 기준에 해당하면 온라인플랫폼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데이터 이동·접근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적시했다.
특히 영세한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에 대해서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 의원은 “법으로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행위를 규제하고 소상공인 가맹점주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해야 새로운 혁신기업들의 시장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함께 발의했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와 소상공인 등 이용사업자 간 거래공정화를 위해 불공정거래행위 기준을 정하고 온라인플랫폼 이용사업자의 단체 구성과 거래조건 협의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도 플랫폼 규제법안을 내놓았다. 사전지정제 대신 ‘사후추정제’를 도입하고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규율한다는 게 핵심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공정위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담았다. 다만 지배적 플랫폼사업자 제외 기준을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에서 3조원 미만으로 낮췄다. 이 기준대로라면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과 함께 배달의민족이 지배적 플랫폼사업자로 분류된다. 쿠팡은 빠진다.
△중개 △검색 엔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분야에 대해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반경쟁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에 100분의 8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여하도록 했다.
여야가 모두 연매출 3조원 가량을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을 지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소상공인과 시민단체는 ‘온라인플랫폼 독점 규제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벤처기업계와 스타트업계는 규제흐름에 반발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섣부른 규제는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기업은 물론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이커머스산업에 진입하려는 벤처·스타트업의 혁신 의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