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부조리한 세상 바꾸기 위해 노동이 지금 할 일
10월은 노인의 달이다. 지난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노인공경을 위해 UN이 정한 10월 1일이 세계노인의 날인데 우리는 국군의 날과 겹쳐 다음날인 2일이다.
며칠 전 실버노동자들이 모여 내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인 '은빛희망협회' 회의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개도국 지위를 벗어나게 만든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들인 전직 노동운동가들이 사회공헌사업 등 의미있는 사회·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소홀한 듯하다. 조직화 세력화되지 않아서인가? 현실보다 과장되고 왜곡된 세대갈등 담론만 무성하다.
노인의 3고는 빈곤·질병·외로움이다. 한국의 노인자살률과 빈곤율은 수년째 OECD 최고다. '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응답이 OECD 최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대별로 50세 이상과 이하의 응답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다른 나라와 비슷한데, 노인들은 강한 소외와 배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21세기에도 노동이 상품이 되는 현실
26일 한국플랫폼프리랜서 노동공제회가 출범했다. 플랫폼 자본주의시대, 새로운 노동의 새로운 보호망을 자임하고 나섰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출범선언을 했다.
주지하다시피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던 제2차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5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각국 노사정 대표들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로 시작하는 필라델피아 선언을 채택했다. 노동자는 생산수단이 아닌 인간 그 자체로서 존엄하며 존중받을 주체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인권사상의 대원칙으로 인류는 사회정의에 기초한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기일이다. 우리는 전태일 열사가 불꽃으로 항거하며 남긴 마지막 외침을 기억한다. 그의 분신은 대한민국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각종 입법을 통해 노동권은 신장됐고 주 80시간 노동은 주 40시간으로, 더 쉬게 해달라는 외침은 주 5일제로, 저임금에 대한 호소는 최저임금제로 법제화됐다.
그런데 21세기 디지털 전환 시대 우리의 노동은 어떠한가. 택배노동자와 배달노동자, 대리운전노동자와 가사노동자, 프리랜서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에게는 노동이 상품이 되고, 노동자는 기계가 되고, 근로기준법은 그림의 떡이 되고 있지 않은가.
이들만이 아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출산율과 어린이 행복지수는 제일 낮고, 문해율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점수는 세계최고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지만 청년실업률과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최고 수준이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
환경과 삶의 질 모두 열악하다. 폐의 가장 깊은 곳으로 흡입될 수 있을 만큼 작은 초미세먼지 PM2.5는 인간의 건강을 해칠 수 있고 기대수명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OECD 국가들에서는 모니터링 대상이다. 한국의 PM2.5 농도는 OECD에서 가장 높은 ㎥당 27.9㎍으로, 평균인 13.9㎍의 두배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연간 기준치 10㎍보다 훨씬 높다.
어렵게 취업한 사람도 OECD 평균보다 11%나 많은 장시간 노동과 높은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죽어나간다. 50세가 되기도 전에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으로 불안에 떨다가 쫓겨난다. 한국의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를 넘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기생충'이나 '오징어게임'도 우리나라의 과도한 불평등과 취약한 재분배 기능 및 낙후된 사회안전망을 반영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정치의 계절, 진정한 주인대접 받으려면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국가와 정부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과연 무엇인가. 경제성장은? 오래된 미래인 공제조합 협동조합, 우리의 노동조합이 사회부조와 협동, 연대로 새로운 경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적극적 조직화와 정치적 참여로.
OECD는 최근 우리나라 소득 상위 20%는 92%의 투표율을 보였고, 하위 20%는 60%로 정치적 동원이 최악이라고 지적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국민의 무서움을 알도록 해야 한다. 동원대상이 아닌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