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불난 새차, 튜닝업체 잘못

2021-11-12 11:53:25 게재

추가 설치한 모니터에서 불

인증업체 아닌 곳이 설치해

2018년 1월 서울 강동구에서 운행중이던 카니발 승용차가 화염에 휩싸였다. 차량 소유주가 차를 받은 지 3일째 된 날이다. 일반적인 차량 화재사고는 차량 제조사의 하자나 결함으로 의심되는데 이 차량의 상황은 달랐다. 소방당국이 조사한 결과 화재가 시작된 곳은 엔진룸이 아닌 조수석 대시보드였다. 이 부분에는 차량 출고 때 설치한 TV보조모니터가 있었다.

차량 소유주는 이 모니터에서 처음 불꽃과 연기가 나왔다고 진술했고, 소방관들도 보조 모니터가 완전히 소실된 점을 고려해 보조모니터 안쪽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모니터는 차량 소유주가 영업사원을 통해 차량을 인수받을 때 설치한 제품들이다. 차량 소유주는 천정형TV 주모니터와 보조모니터 등을 설치했는데 해당 튜닝업체는 영업사원이 소개한 곳이었다.

어찌됐던 차량 소유주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삼성화재해상보험은 자기차량손해담보보험금으로 4230만원을 지급하고 보조모니터를 제조한 A사와 이 모니터를 차량에 설치한 튜닝업체 B사를 상대로 법원에 구상금을 청구했다.

모니터 제조사는 제품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제품을 설치한 B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B사 역시 설치상 문제가 없다며 제조사와 판매·설치업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는 "A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B사에 대한 청구는 인용한다"며 "B사는 삼성화재에 42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화재 책임이 제조사가 아닌 설치업체에 있다는 결론이다.

문 판사가 각종 관련 증거를 종합한 결과 B사는 보조모니터를 설치할 때 주모니터와 정상적으로 연결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봤다.

제품설명서상 주모니터와 보조모니터를 연결하는 전선은 5개였는데 화재 후 촬영된 사진에선 6개로 나왔다. 정해진 5개는 모두 단자가 접속돼 있지만 나머지 1개는 연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이런 점 등이 고려돼 A사에는 책임이 없고 튜닝업체 B사 책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모니터를 만든 A사의 인증 제도와 제품 설명서가 결정적이었다. A사는 자사 제품 설치에 관해 장착지점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B사는 인증받은 업체가 아니라 여러 회사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였던 것이다.

대개 제조사들은 제품 공급과 설치, 교육 등을 원활히 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지정업체를 이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지정업체는 교육이나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으니 설치상 문제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A사 제품의 전원 공급 방식은 다른 회사 제품들과 차이가 있다. A사는 제품 설명서에 "타사 유사 제품과 연결 방식이 다르니 주의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B사가 설치한 방식은 운전자가 시동키를 꺼 놓아도 과전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화재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 판사는 "보조모니터가 잘못 설치됐다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A사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 초래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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