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중 무역전쟁 최대 수혜자는 베트남인가

2022-10-21 12:52:56 게재

대미 수출비중 3년간 2배 이상 증가 … 베트남 수출 70% 이상을 외국기업이 담당

박번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면을 신설하며…

위기가 닥치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중 전략경쟁이심화되며 우리나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등 남아시아가 재조명 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무역상대국이다. 이들 국가와 협력의 강화 속에서 미중경쟁 위기 극복의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대를 알아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도 서로를 잘이해하는 게 관계개선의 첫걸음이라 믿는다.내일신문은 아세안면을 신설해 매월 두차례 아세안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 협력방향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9월 말에 짧은 일정으로 하노이에 다녀왔다. 처음 베트남을 찾은 것은 1992년이었다. 많은 외국 기업인들이 이제 막 개방을 시작한 베트남을 방문했고, 구걸하는 어린아이들이 이들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 존 케리(왼쪽)가 지난 9월 5일 베트남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팜민 친 베트남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흘렀는데 롯데호텔 63층에서 내려다보는 하노이는 고층건물이 우뚝우뚝하고 거리는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첫 방문 이후 간헐적으로 찾은 베트남은 하루가 다르게 변했고, 이제는 아세안 경제의 역동성을 주도하면서 또 하나의 경제적 기적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 1970~1990년대 한국을 자주 방문한 외국인이 느끼는 감탄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베트남은 외국인투자를 유치해 수출주도형 공업화를 추진하는 동남아시아경제발전모델을 따랐다. 그 결과 의류, 신발 등 경공업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가정용 전자제품, 통신기기, IC 칩 등을 수출하는 세계의 생산기지가 되었다.

2000년대 초 선발 아세안 국가대비 훨씬 적었던 베트남의 수출은 2019년에 이미 수십년 먼저 공업화를 시작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수출보다 더 많아졌다. 특히 2018년 이후 다른 아세안국가들의 수출이 감소했지만, 베트남의 수출은 증가했고 당연히 경제성장률도 높았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친 2020년에도 아세안에서 베트남만 유일하게 플러스성장을 했다.

베트남의 이 같은 수출 호조와 경제적 역동성은 미중무역전쟁과 크게 관련이 있다.

대규모의 지속적 무역수지 적자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벽두부터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관세인상을 시작하면서 대중국 무역전쟁을 선포했을 때 베트남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실 이전부터 미국시장에서 의류, 신발, 전자 등 경공업 제품 부문에서 베트남과 중국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할 때 베트남이 여기에 가입한 것도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자는 의도였다.

이제 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베트남 상품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이었다. 나아가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경쟁력이 약해진 중국에서 다국적기업들이 탈출하거나 새로운 외국인 투자기업이 베트남에 유입될 가능성도 컸다.

대미 수출 급증 이면에 대중 수입도 증가

예상과 같이 베트남의 대미수출은 급증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고,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미국 비중은 이 기간에 19.5%에서 28.7%로 증가했고, 그리고 올해 들어 7월까지는 30.8%로 더욱 높아졌다.


미국의 수입 자체가 이 기간에 대폭 증가했지만, 베트남의 수출증가는 특히 예외적이었다. 미국의 압력으로 중국의 대미수출은 감소했고, 무역수지 흑자도 감소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베트남은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린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수입에서 베트남의 비중은 2018년 1.9%에서 2021년 3.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의 대베트남 무역수지 적자도 2021년에는 2018년 대비 2.5배 정도 증가했고, 미국의 전체 적자에서 차지하는 대베트남 적자는 2018년 4.5%에서 2022년 7월 9.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은 2018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국 중 6위였으나 2020년에는 중국, 멕시코에 이은 3위가 되었다. 멕시코가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FTA인 USMCA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이 거둔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베트남이 중국과 직접 경쟁할 것으로 생각되는 섬유봉제나 신발 등의 수출보다 컴퓨터 관련 제품, 기계 및 장비 등 기술집약적 제품의 수출을 더 빠르게 증가시켰다는 점도 흥미로운 결과이다.

한편 베트남의 수입 상황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베트남은 동아시아에서 수입한 중간재, 소재, 부품을 가공조립하여 수출하는 형태로 국제분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대미 수출증가는 수입수요를 증가시킨다. 베트남은 2018년 전체수입의 27.7%인 655억 달러를 중국에서 조달했으나, 2021년에는 1099억 달러, 33.2%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베트남의 중간재, 소재, 부품의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는 기존 동아시아로부터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중국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컴퓨터, 전자제품, 관련 부품의 수입이 급증했고 기계 및 장비 부문의 비중이 증가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증가로 중국에서 관련 중간재와 부품의 수입을 늘린 것이다.

한편 대미수출 증가로 베트남 내의 기업과 신규 외국인투자가 증가할 것이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도 대미수출이 어려워지면 베트남으로 설비이전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급증하지 않았다. 코로나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국기업의 반응은 주목할 만하다. 원래 중국의 베트남 투자는 한국, 대만, 일본 등에 비해 저조했고 2018년 건수 13%, 자본금 6.9%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의 투자는 2019년 건수 17.5% 및 금액 10.6%로 급증했다. 미중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베트남, 2030년까지 중상위 소득국 목표

미중 무역전쟁 이후 베트남의 대외 교역은 급증했고 특히 대미수출의 급증과 무역수지 흑자는 두드러진다. 대신 중간재, 소재, 부품을 더 많이 중국에 의존하게 되었다. 즉 무역전쟁 이후 베트남 경제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예속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는 중상위 소득국(upper-middle income economy)이 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베트남의 목표는 현재의 역동성을 고려하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불확실하다.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 베트남은 네 가지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베트남이 기술 역량 강화와 지원산업(부품, 중간재, 소재) 산업을 개발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산업종속을 탈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대만, 일본 등과의 산업분업을 확대하고 중간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둘째, 단기적으로 베트남 경제는 미국 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 베트남의 대미수출 증가 추세가 계속된다면 멀지 않아 베트남은 멕시코를 제치고 미국의 2위 무역적자 대상국이 된다. 현재 바이든 정부는 베트남을 중국을 포위하는데 협력할 수 있는 국가의 하나로 생각하고 IPEF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베트남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은 대베트남 적자가 증가하면 달라질 수 있다.

셋째, 이와 관련하여 베트남의 수출시장 다각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베트남의 수출이 미국에 30% 이상인 반면 미국과 거의 동일한 수입시장 규모를 갖는 이웃 중국에 대해서는 그 비중이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에 대한 수출을 늘리지 않고는 베트남의 수출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넷째, 단기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베트남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국적기업의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도록 베트남 기업인을 육성하는 것이다. 베트남의 수출에서 외국인투자 기업의 비중은 2018년 71.4%였으나 2022년 7월 현재 73.8%로 더욱 증가했다. 수입에서도 외국인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9.8%에서 2022년 64.9%로 증가하고 있다. 수출산업의 70% 이상을 외국기업에게 맡겨두고는 건강한 국민경제를 만들 수 없고 장기적 성장도 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