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아세안 신재생에너지 시장

2022-11-04 11:25:38 게재

태국, 세계 최대 태양광·수력 하이브리드 발전소 성공적 운영 … 필리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50% 목표

아세안면을 신설하며…
위기가 닥치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며 우리나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등 남아시아가 재조명 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무역상대국이다. 이들 국가와 협력의 강화 속에서 미중경쟁 위기 극복의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대를 알아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도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게 관계개선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내일신문은 아세안면을 신설해 매월 두차례 아세안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양봉렬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지난 7월 베트남 산업통상부는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4차 연례 베트남-미국 에너지 안보대화'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최대 140억달러의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면서 미국 측의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또한 미국의 한 에너지 유틸리티 회사(AES Corp)가 130억달러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빈 투안주(Vinh Thuan)에 4GW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이미 베트남에는 '3.5GW 라강(LaGan) 해상풍력', 그리고 '1.4GW 쏙쩡(Soc Trang) 해상풍력' 등 대형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필리핀 또한 신재생 에너지 확충에 힘쓰고 있다. 최근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리셴룽 싱가포르 수상은 '1.2GW 라구나 드 베이(Laguna de Bay)' 부유식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 등에 싱가포르 측의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고, 필리핀 태양광 개발사인 솔라 필리핀은 4GW 규모의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 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의 신재생 에너지 선도국가인 태국은 지난해 10월 말 세계 최대의 태양광·수력 하이브리드 발전소인 '45MW 시린톤 댐'의 성공적 운영 개시를 계기로 총 2.7GW 규모의 17개 하이브리드 발전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 9월 스페인의 악시오나 에너지아(Acciona Energia)는 동남아지역 다국적 재생에너지 개발사인 블루 서클의 주식 약 50% 구매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이 지역의 풍력 발전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되었다. 블루 서클은 베트남, 태국 등 7개국에 3.8GW 풍력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 에너지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회원국들이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이들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베트남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인 메콩델타 짜빈성 동하이1 풍력발전단지가 지난 1월 준공됐다. 에너지·부동산 대기업 쭝남그룹이 투자한 동하이1 풍력발전단지는 높이 105m의 풍력터빈 25대가 설치돼 발전용량 100MW로 사업비 5조동(2억1950만달러, 한화 3120억원)이 투자됐다. 사진 동하이1풍력발전단지 홈페이지


아세안의 역내 에너지 전환 목표

아세안은 회원국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하여 5년을 주기로 '아세안 에너지협력 행동계획(ASEAN Plan of Action for Energy Cooperation, APAEC)'을 채택하고 있다.

가장 최근 계획인 'APAEC 2016~2025 2단계'는 신재생 에너지 점유 비율 목표를 2025년까지 23%(1차 에너지원 공급기준, 설비 용량 기준 34%)로 정했다. 에너지 싱크 탱크인 ACE(ASEAN Center for Energy)가 지난 9월 발표한 '제7차 아세안에너지전망(7th ASEAN Energy Outlook)'은 아세안 경제가 향후 평균 5% 이상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에너지 수요는 3배(2020년 기준, 2050년까지) 정도 증가할 것이고, 투자는 매년 약 7000억달러가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는 2030년까지 약 35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계 신흥국들의 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의 60% 정도가 민간자금으로 조달되고 있다고 하니(국제에너지기구 통계), 아세안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 역외로부터 유입되어야 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가장 활발한 베트남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이 40% 이상 증가하여 동남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앞으로는 포화상태인 태양광보다는 풍력 발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베트남의 해상 풍력 개발 가능 잠재력은 160GW를 넘으며, 2030년까지 최대 19GW까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세계은행).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일본 등의 거대 에너지기업들이 베트남의 풍력 발전시장에 이미 뛰어들었다.


필리핀 정부는 '국가재생에너지프로그램(NREP) 2020~40'을 통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50%로 높이겠다고 하면서, 이를 위해 27GW 태양광, 17GW 풍력, 6GW 수력, 2.5GW 지열 등 총 102GW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한편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재생에너지 로드맵(MyRER)'에 따라 태양광, 수력, 바이오 메스, 바이오 가스 등 4대 분야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40%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아세안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3번째로 높은 태국은 태양광과 바이오 메스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태양광은 약 2.6GW(2021년, 발전설비용량기준)에서 약 15GW(2037년)로, 바이오 메스는 1.8GW에서 5.8GW로 대폭 증설할 계획이다.

탄소제로 목표 연도를 2060년으로 설정한 인도네시아는 자국에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인 수력, 지열, 바이오 메스 등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아직 활발치 못하다. 아세안 회원국 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목표는 표와 같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한국 조기 진출 필요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과 프로젝트 개발에 있어서 덴마크, 영국, 독일, 미국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등 에도 뒤쳐진 형편으로 이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이는 아세안도 마찬가지이며, 양측 모두 앞선 기술과 자본을 가진 선도국과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세안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조기에 추진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그 이유는 첫째, 후발국인 우리와 아세안이 조기에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상호 정보를 교환한다면, 선도국이 제시하는 조건 등의 비교가 가능함으로 후발국에 불리한 조건을 완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향후 10여 년 동안 국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기술과 자본을 축적한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아세안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력 사업을 발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세안 국가들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 계획은 규모나 기간 면에서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크고 장기간임으로 아세안은 우리 연관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최상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러한 노력을 개별적으로 할 수 없는 여건임으로 정부와 해상 풍력 등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가 앞장서서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아세안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력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별 국가와의 협력도 필요하나, 우선 적으로 아세안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10개 회원국과 동시에 연결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과의 정부 간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고, 역내 에너지협력의 중심 역할을 하는 ACE와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ACE가 주관하는 제반 활동에 우리의 기업, 대학, 연구소, 정부의 대표가 활발히 참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것을 권유한다.

ACE는 매년 '에너지 비즈니스 포럼' 등 아세안 회원국의 에너지 관련 산·학·관 대표 및 역외 대표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독일과 '아세안-독일 에너지 프로그램' 및 노르웨이와 '아세안 기후변화와 에너지 프로젝트' 등 대화 상대국 및 국제 에너지 기구 등과 다양한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일본 정부도 아세안과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6월 '아세안 10개국 에너지장관­일본 경제통상산업장관 특별회의'에서 아세안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10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