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최대 수혜자는 동남아

2022-11-08 11:04:36 게재

영국 이코노미스트

글로벌 무역 흐름에 중대한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주요국 기업들이 생산시설 이전을 고려하고, 각국 정부도 이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7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2018년 당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처음 관세를 매기면서 시작된 글로벌 무역지도 조정 윤곽이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코로나 침체 이후 국제 상품무역은 지난해 크게 회복됐다. 전세계 GDP 대비 무역가치는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모든 무역경로가 성황인 건 아니었다. 트럼프정부가 보호주의로 전환했을 때, 아프리카와 중남미 경제국들은 중국으로 흘러갈 무역의 일부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아시아 국가들이 무역패턴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달 3일(현지시각) 미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총수입은 2018년 이후 최근까지 1/3 늘었다. 하지만 그 배분은 불균등했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은 4년 전 대비 6% 늘었다. 미국의 EU산 수입은 12% 늘었다. 동맹·우방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규모는 아니다. 캐나다와 멕시코 상품 수입은 각각 39%, 34% 늘었다.

지난 4년 가장 큰 수혜자는 아시아였다. 방글라데시와 태국의 미국 수출은 80% 이상 늘었다.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170% 이상 늘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60% 이상 늘었다. 때문에 미국 총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2022년 사이에 4%p 줄었다. 과거 아시아의 대미 총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절반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3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뿐 아니다. 중국 역시 아시아에서 보다 많은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의 미국 상품 수입 비중은 2018년 같은 기간 대비 2%p 하락했다. EU에서 수입하는 비중도 비슷하게 하락했다. 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비중은 2%p 증가했다.

물론 무역패턴의 변화 일부는 중국 내 인건비 상승일 수 있다. 저부가가치 제조업인 섬유와 의류업은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로 상당수 이동했다. 하지만 트럼프정부의 관세전쟁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총수입 중 중국 비중은 관세 전 가격으로 36%에서 39%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 상품에 대한 7.5% 관세를 적용하면서 비중은 24%에서 18%로 줄어들었다. IT장비의 경우 25% 관세를 적용받는데, 이를 적용하면 미국 수입 중 중국 비중은 16%에서 10%로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가구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과거보다 중국 상품에 덜 의존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지표들은 아시아 신흥국들이 점차 중국과 서구 경제성진국을 잇는 매개자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전반의 공급망이 전세계 무역지도를 바꿀 것이라는 희망은 아직까지 그저 꿈일 뿐"이라며 "지정학적 갈등의 결과물이 쌓이면서 아시아 공급망이 점차 중국 밖에서 형성되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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