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경청 행보' 윤 대통령, 11일부터 해외순방길

2022-11-09 11:46:10 게재

4박6일간 아세안(프놈펜), G20(발리) 회의 참석

"한미, 한미일 회담 협의 중" … 한중은 "자연스레"

8일에는 불교계와 기독교계 원로들 비공개 면담

'이태원 참사' 후 2주에 걸쳐 추모·경청 행보를 보여 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해외 순방길에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 기독교계 원로 면담ㅣ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독교계 원로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이자리에는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장종현 백석대학교 총장, 김태영 백양로교회 담임목사, 양병희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 대통령이 11일부터 15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 회의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17일부터 네덜란드·스페인 정상회담 = 윤 대통령은 11일 오후 프놈펜에 도착 직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우리의 새로운 대-아세안, 한-아세안 연대구상에 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캄보디아 동포들과 간담회를 갖고 동포사회 지원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12일에는 '아세안+3(한중일)'과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 아세안과 한중일 간 실질적 협력방안에 관한 한국의 구상을 설명한다. 이후 의장국인 캄보디아 측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13일에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김 실장은 "정상 차원에서 역내외 주요 안보현안에 대해서 논의하는 전략적 성격의 포럼"이라며 "지역적 국제적 문제에 대한 우리의 기본입장을 견지하고 자유평화번영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기여의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끝나면 발리로 이동, 14일 인도네시아 현지 한국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G20회의에 참석, 식량안보 보건섹션에서 발언을 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인도네시아 주최 정상 환영만찬에 참석한다.

김 실장은 "G20정상회의는 15~16 이틀간이지만 귀국 후 외빈방한 접수로 인해 15일 일정까지만 하고 15일 밤 귀국길에 오른다"고 밝혔다. 17일에는 네덜란드·스페인 총리가 방한,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설명이다.

한미 및 한미일 정상회담은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정상간의 형식을 갖춘 만남은 불투명해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은 협의 중"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자연스럽게 회의장에서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종교계 원로들 만나 조언 구해 = 한편 윤 대통령은 비공개 외부일정을 통해 이태원참사 수습을 위한 경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8일에는 불교계와 기독교계 원로들을 비공개 면담하고 이태원참사 수습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찾아 봉은사 회주 자승 스님, 원로의원 자광 스님, 원로의원 도후 스님, 원로의원 지명 스님, 금강선원장 혜거 대종사,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등과 환담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라의 큰 변고로 인해 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종교계 원로들께서 격려와 힘을 주셨으면 해서 찾아뵙게 됐다"며 조언을 구했다.

자승 스님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고 혜거 대종사는 "갈등을 딛고 화합을 이뤄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낮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장종현 백석대 총장, 김태영 백양로교회 담임목사, 양병희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토요일 위로 예배를 통해 많은 국민이 위로를 받고 큰 힘을 얻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양병희 이사장은 "새벽마다 절망에서 희망을볼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일정에 김건희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다른 종교계 원로분들도 만나 경청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주말 각 종교를 돌며 추모했던 것의 연장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종교계 원로들을 만나 국가적 비극을 극복하고 국민이 다시 위안과 격려 속에서 화합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조언을 구하는 행보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사 희생자 중 이란인들이 포함된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이 이슬람 추모 행사에도 참석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까진 계획을 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취임 6개월을 맞은 윤 대통령은 '참사 후 순방'을 앞두고 10일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등 어떤 형식으로든 대국민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가 '선수습 후 책임' 노선을 확실히 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의 문책인사 역시 순방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참사 10일여가 지난 4월 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표명을 했지만 실제 내각 교체로 이어지기까지는 수 개월이 걸렸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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