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정상회담 … 윤 “원전·방산·인프라 협력 기대”

2022-11-12 23:00:01 게재

마르코스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논의 시점"김건희 여사, 앙코르와트 대신 ‘심장병 아동 자택’

동남아 순방 이틀째인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필리핀 정상회담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필리핀이 한국의 아세안 최초 수교국(1949년)이자 한국전쟁 당시 7400여 명 병력을 지원한 점을 언급하며 “필리핀은 우리 우방국이다. 우리 국민은 자유와 평화 수요를 위한 필리핀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이 원전, 국방, 방산, 인프라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확대하고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연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은 필리핀 바탄 원자력발전소 재개와 관련, 필리핀 측의 협력 제의를 환영하며 구체적 협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스마트시티 건설 등 필리핀의 다양한 인프라 확대 사업에도 한국 기업이 참여·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했다. 최근 태풍 피해를 본 필리핀의 조속한 복구를 기원하는 한편, ‘이태원 압사 참사’에 필리핀이 위로해준 데 대해서도 사의를 표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제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문제를 논의할 시점”이라며 “과학기술과 해양 분야 공동협력은 이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원전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잘 안다며 협력에 기대를 표했다. 또 기후변화가 초래한 에너지 산업구조의 변화에 부응해 한국과 녹색기술 분야의 협력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14세 소년의 집을 찾아 쾌유를 기원했다.

김 여사는 전날 헤브론의료원 방문 당시 만나려 했던 이 소년이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날 자택을 방문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소년은 헤브론의료원에서 지난 2018년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추가로 수술이필요한 상황인데다 최근에는 뇌수술도 받았다. 가족은 생활고를 겪고 있다.

김 여사는 소년에게 “건강해져서 한국에서 만나자”라며 잘 이겨내달라고 격려했고, 다른 가족에게 “반드시 희망은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야 한다”고 위로했다.

캄보디아 측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방문을 기획했으나, 김 여사는 대신 이 아동의 집을 방문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 여사는 또 프놈펜에서 폐어망 등을 활용해 가방·액세서리 등을 제조하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업체 '스마테리아'를 방문했다. 이 회사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고 일자리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보육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김 여사는 또 전날 오후 우리나라에서 34년 만에 태어난 다섯 쌍둥이의 첫 생일을 맞아 축하 손편지와 원목 장난감, 대통령 명의 시계를 선물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프놈펜 =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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