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편향' 우려 속 한·중 정상회담으로 대미장식

2022-11-16 11:46:00 게재

윤 "국제사회 평화·번영은 연대에 의해 보장"

독자 '인·태전략' 천명, '후쿠다 선언'과 비교

탑승배제·취재제약·특정기자 면담 논란 뒷말

윤석열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16일 오전 귀국했다. 성과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관리' 태세로 돌입한 시점에 한중도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다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뉴욕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한미·한일 정상간의 불완전한 만남도 이번에는 '격식'을 갖춰 완료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ㅣ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윤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 = 윤 대통령의 순방 귀국 메시지는 짧았지만 중국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인도네시아 출국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 기후변화 등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중 양국의 대화는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양국 간 고위급 대화의 정례화를 제안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저의 제안에공감하면서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1.5트랙(민관) 대화 체제도 구축하자고 밝혔다"며 "앞으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중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해서는 "자유와 연대의 정신을 바탕으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은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직면한 복합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직접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이번 순방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취임 직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참석하고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키로 하는 등 미·일 편승 기조를 분명히 해왔기 때문에 3년째 정상간 만남이 없었던 한중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탓이다.

정상회담이 격을 갖춰서 진행된 것 역시 그 자체로 유익한 신호다. '하향식' 의사결정구조를 가진 중국사회에서 양 정상이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이 전파되는 것은 양국 교류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미일편승 외교기조의 근본적 변화로 읽히진 않는 만큼 윤 대통령이 향후 한중 관계 관리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한국 '인도-태평양' 전략 일관성 아쉬움 =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천명한 점도 이번 순방의 주요 성과로 꼽는다.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동남아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한편 한-아세안 관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등으로 전임 문재인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차별화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이번 새 인태전략은 그 내용을 떠나 정권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일본의 동남아 전략인 '후쿠다 독트린'은 1977년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일본은 군사 대국이 되지 않을 것이며 아세안 회원국들과 정치·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마음과 마음을 어루만지는 진정한 친구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꾸준히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2차 대전 이후 '전범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한 동남아시아의 반발을 다스리고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공적개발원조와 투자를 크게 늘렸다.

한국이 '신남방정책'에서 '신남방정책+', 이번 정부에서 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꺼내든 것은 한국의 아세안에 대한 진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굵직한 정상회담도 시종일관 '받아쓰기' 보도 = 대통령실이 순방 기간을 전후해 계속 언론 취재에 제약을 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순방 출발 직전 MBC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해 기자단과 마찰을 빚었다.

순방기간에는 한미·한일·한중 정상과의 굵직한 회담이 잇따랐지만 언론의 '풀취재(소수의 취재진이 기자단을 대표해 현장을 취재한 뒤 전파하는 방식)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회담 후에는 통상 뒤따르던 배석 인원의 백브리핑조차 없이 보도자료 받아쓰기식 취재가 계속됐다.

대통령실은 "양국 사전 협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타국 정상회담에서는 풀 취재가 활발히 이뤄지는 경우가 적잖이 목겸됨에 따라 풀 거부는 한국 쪽의 요구 아니었느냐는 의심이 나온다.

또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일부 방송매체 기자 2명만 따로 불러 만난 일은 뒷말을 낳고 있지만 대통령 본인의 해명은 없는 상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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