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세계를 끌어 들이고 있는 동남아 젖줄 메콩강

2022-11-18 10:45:15 게재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지역으로 떠올라 … 15개 협력프레임워크 활동 중

아세안면을 신설하며…
위기가 닥치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며 우리나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등 남아시아가 재조명 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무역상대국이다. 이들 국가와 협력의 강화 속에서 미중경쟁 위기 극복의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대를 알아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도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게 관계개선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내일신문은 아세안면을 신설해 매월 두차례 아세안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정해문 전 태국 대사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한 메콩강 유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메콩 국가인 캄보디아에서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는 이런 현상을 실감나게 보여 주었다. 메콩강이 또 하나의 남중국해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간 전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전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각기 강연안국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지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요소이며,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매우 중요한 요충지이다. 1990년대 초반 이래 메콩 지역은 주요 강대국과 역외국간 개발협력 경쟁의 중심지로 부상되어 왔다. 현재 메콩 지역에는 한-메콩전략적 파트너십을 포함, 약 15개의 협력 프레임워크가 활동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역외국 주도 프레임워크의 활동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강 상류 중국 수역의 댐 건설과 기후변화에 따른 하류 지역의 가뭄으로 메콩강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고 생태계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메콩강에 생존을 의존하는 강 하류 공동체는 강의 수위 변동에 특히 취약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콩 유역은 베트남의 올해 7~8%대 고도 성장을 비롯, 코로나 이후 시대에 역동적 경제 성장을 다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 층이 인구 구성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사회 경제적 활력이 넘치며 성장의 엔진이 멈춤 없이 가동되고 있는 지역이다. 세계 유망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에서 이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한 메콩 지역은 '2025 아세안 공동체 비전' 실현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개발 격차 해소와 연계성 증진 등 아세안 최우선 어젠다가 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메콩강의 다양성을 기념하고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 메콩 강 하류 국가들 간의 초국경 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조직된 메콩연구소가 2017년 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캄보디아의 스퉁쨍(Stung Treng) 지역에 있는 나무들이 메콩강에서 특이한 모습을 띠고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다. 사진 메콩연구소 홈페이지


◆일본, 2008년에 메콩과 협력 = 1990년대 초반 이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및 베트남 등 강 연안 5개국은 미국 중국 일본과의 협의체를 포함, 여러 다양한 협의체에 관여해 왔다. 이들 협의체는 메콩강에 관련된 여러 도전을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회원국 및 업무 범위 면에서 중복되는 점이 있기는 했으나 이러한 협의체는 공유 수자원 관리, 지속가능 개발, 인프라 건설 및 지역 경제 통합 문제 등을 주로 다루어 왔다. 지난 수년간 강대국 주도의 새로운 이니셔티브로 이러한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역외국 주도의 이니셔티브는 2020년 시동을 건 메콩-미국 파트너십(MUSP)과 2016년 출범한 중-메콩 협력(LMC) 포럼을 포함한다. MUSP는 2009년부터 활동을 개시한 미국의 하류 메콩 이니셔티브(LMI)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활동의 초점은 경제적 연계성 증진 및 환경, 보건, 교육, 수자원 관리, 비전통 안보 분야에 맞추어져 있다. LMC는 중국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일부로 볼 수 있으며 구체적 협력 대상은 인프라 개발, 접경지대 경제특구 개발 및 산업단지 건설, 수자원 개발, 농업발전 및 빈곤퇴치 등 5개 분야이다.
일본의 경우, 일본-메콩 협력(MJC)은 2008년 출범에 이어 아베 전총리가 2018년 일-메콩 정상회의 후 도쿄전략을 발표하였으며, 동 전략은 연계성 강화, 사람 중심 사회, 녹색 메콩 구현 협력 등의 목표를 담고 있다.

◆ 프놈펜 성명에 '메콩강 유역 발전' = 현재 메콩 지역에는 역내국간 다자 협의체도 다수가 활동 중에 있으며 그 중 우리나라와 협력이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몇 개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메콩강 위원회(MRC)는 1995년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및 베트남 4개국이 설립한 정부 간 기구이며 이듬해부터 미얀마와 중국이 대화 상대국으로 참여 중이다. 메콩강 수자원 관리 및 강 유역 지속 가능 개발 관련 역할을 주 임무로 삼고 있다. 메콩강 위원회와 우리 수자원공사는 '한-메콩수자원공동연구센터(KMCRC)' 설립과 운영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둘째, 애크멕스(ACMECS)는 태국 주도로 2003년 지역경제 발전 및 역내 개발격차 해소를 목표로 설립한 메콩 5개국 간 경제협력 전략으로서 교역 및 투자 촉진, 농업, 수송망 연결, 관광, 공중 보건에 중점을 두며 메콩강 연안 5개국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협의체이다. 우리나라는 애크멕스의 개발 파트너로 참여 중이며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애크멕스 협력기금을 조성하였으며 사업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셋째, 메콩연구소(MI)는 메콩강 개발 관련 정부간 국제기구로 씽크탱크 및 훈련 센터 역할을 한다. 1996년 뉴질랜드와 태국 주도하에 MI 사무국을 태국 동북부 콘캔대학교에 개설하고 역내 인적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둔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메콩연구소는 한·메콩협력기금(KMCF) 수탁처로서 기금을 관리하며 역내 협력 사업에 사용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0월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메콩 국제 물포럼 고위급 다자간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한미일 3국 지도자들은 이번 프놈펜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3국 파트너십에 관한 프놈펜 성명'을 통해 "메콩강 유역국들과 개발 파트너들 간의 지속가능 발전을 보장하고 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MRC와 애크멕스를 포함 메콩 지역 협력 프레임워크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메콩협력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 = 메콩강 유역 개발협력 전선에 한국은 후발 참여국이다. 후발 주자이긴 하지만 우리의 열정과 브랜드가 메콩 주민들의 잘 살아보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리나라와 메콩강 유역 5개국은 2011년 한-메콩 연례 외교장관협의체를 발족시킨 이래 인프라, ICT, 녹색성장, 수자원 개발, 농업 및 농촌 개발, 인적자원 개발 등 6개 우선협력분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왔다. 메콩 지역의 수요와 한국의 강점과 원조 역량을 조화롭게 결합한 개발협력의 이상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2013년 한-메콩 비즈니스 포럼 출범과 한-메콩협력 기금 설립, 2017년 신남방정책 발표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호혜적 실적을 쌓아올린 결과 한-메콩 양측은 2019년 11월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출범시키고 정상회의의 연례화에 합의했다. 동시에 양측은 문화·관광, 인적자원 개발, 농업 및 농촌 개발, 인프라, ICT, 환경, 비전통 안보도전 등 새로운 한-메콩 협력 7개 우선협력 분야에 합의했다. 바로 어어 2020년 제2차 한-메콩 정상회의 계기로 양측 관계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됐다. 이후 코로나로 촉발된 글로벌 보건 위기에 기동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포괄적 보건의료 협력에 두고 메콩 국가들과의 백신 협력 등을 착실하게 진전시켜 왔다.

◆아세안 협력의 핵심은 메콩협력 = 메콩 지역은 지난 주 프놈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이행해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이미 2021년 기준 무역, 투자, 인적교류, ODA 공여 등 실질 분야에서는 한-메콩협력이 한-아세안 협력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더 강화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 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코로나 이후 시대에 새로운 수요와 필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기민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 보건역량 강화, 디지털 전환, 공급망 강화, 식량위기 및 에너지위기 대응 등 관련 분야 협력 사업에 주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미래 세대 간 교류를 비중 있게 증진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교육 기회를 상실했거나 충분히 갖지 못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제공으로 이를 만회하도록 지원해나가야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9월말 태국-라오스를 연결하는 메콩강 제1우정교를 횡단하면서 6600만 강 유역 주민들의 잘 살아보려는 열망 가득한 메콩강의 맥박을 짚어볼 수 있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의 잘 정비된 메콩강변을 걸으면서 국제개발협력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삶의 질이 무엇인가를 체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비엔티엔 소재 '옥스팜 라오스' 사무소 방문을 통해 국제개발협력 전사들의 국경을 초월한 남다른 인류애를 간파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 여행을 통해, 60년대 초반 이후 우리 한국인이 개척하고 가꾸며 공들여 걸어온 길은 메콩 지역 주민들이 걷기에도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