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중견국 야심 이룰까

2022-12-13 11:17:12 게재

닛케이아시아

"미중갈등서 기회 동남아 내 경쟁 치열"

말레이시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견국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닛케이아시아는 12일 "지난달 선출된 안와르 이브라힘 신임 총리에게 주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자동차기업 '프로톤'의 회장 시에드 파이살 알바가 지난 2020년 9월 15일 신차발표회에서 스포츠유틸리티카 'X5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신화통신=연합뉴스


닛케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올해 1~10월 총수출은 1조2900억링깃(약 382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다. 말레이시아는 특히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부분이 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말레이시아 북쪽 페낭섬 산업단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300억링깃(약 8조9000억원)을 말레이시아에 투자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경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일본 등 10여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이 중심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이다.

안와르 총리는 지난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말레이시아의 중립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많은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교역국가"라며 "우리는 외국인투자에 의존한다. 계속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안와르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둘 방침이다. 그는 "실리적인 관점에서 중국은 지정학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이웃국가"라고 말했다.

안와르 총리의 소속정당 희망연대는 말레이시아의 국가적 목표를 중견국가로 설정했다. 동남아와 글로벌 지정학 풍경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겠다는 것. 안와르 총리는 지난달 24일 취임식 직후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견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보여줬다.

말레이시아는 중국 밖으로 공급망을 빼내려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인 웡 시우 하이는 "중국에 대한 중립적 대안을 찾으려는 유럽과 미국, 일본 기업들의 '중국+1' 전략은 말레이시아에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여러 이웃국가들 역시 그같은 기회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닛케이는 "말레이시아의 야심엔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인건비 상승이다. 일본무역진흥회에 따르면 2021년 말레이시아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은 월 492달러였다. 태국 433달러, 인도네시아 360달러보다 많았다. 같은 해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16억달러로, 인도네시아 200억달러 베트남 156억달러보다 적었다.

말레이시아는 기술혁신에서도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자동차기업 '프로톤'은 40년 전 설립됐지만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리다. 반면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은 자동차제조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지 단 5년 만에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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