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부가 생각하는 국익은 뭘까

2022-12-16 10:55:39 게재
국제외교 무대는 통제받지 않는 무정부 상태다. 국제기구도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세계 각국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각자 국익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정부가 출범 후 보여준 외교안보 노선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시작부터 의외였다. 국제무대 첫 데뷔가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였다. 당국자들은 대단한 성과라고 자랑했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했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이어진 영국 여왕 조문외교를 둘러싼 논란, 아세안 정상회의 잡음 등 국제무대에 나설 때마다 구설수가 뒤따랐다.

진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따로 있다. 준비해서 내놓은 공식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캄보디아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되어선 안된다.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통해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 규범과 규칙에 따라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관료들이 숱하게 해 오던 얘기의 복사판이다.

미중의 전략경쟁 속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시점에 한쪽에만 경도된 태도가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최근 유럽연합(EU)-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양측의 의견 불일치로 공동성명 초안에서 대만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의 대치, 미·중·러·일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얽힌 한반도는 이른바 고차방정식이 필요하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깊이 있게 검토해서 국익을 챙겨야 한다. 미국과 손잡고 북한을 악마화하는 것이 전부라면 앞선 정권들이 왜 그렇게 힘겨워했는지 되짚어보면 된다.

미국이 안보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경제까지 지켜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한 뒤 미국에 돌아가서 서명한 것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냉정한 현실이다. 러시아를 규탄하면서도 러시아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중국을 비난하면서도 경제를 위해 사절단을 보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모두가 이럴진대 우리만 나서서 강대국 들러리를 자처해선 안될 말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미국이 두려워할 플랜B를 준비하고, 북한이 받아들일 플랜C를 준비해 한미동맹을 '진화'시키고 남북적대를 끝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에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목소리가 담기길 기대해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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