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혁신대학-인터뷰 | 백성기 KAFA 상임대표

"하버드보다 입학 힘든 '미네르바' 한국에 온다"

2022-12-28 10:59:34 게재

한국아세안친선협회 설립 주도, 포스텍 특수 단과대 형식 … "독자적인 온라인 수업 플랫폼 능동형 학습 가능"

사단법인 한국아세안친선협회(상임대표 백성기·KAFA)가 세계적인 교육혁신기업인 미국의 미네르바 프로젝트와 손을 잡고 새로운 혁신대학을 국내에 설립한다.
이 혁신대학은 미네르바의 교육 및 운영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적용하는 아시아 최초, 국내 유일의 파트너가 된다. 미네르바 대학(Minerva Schools)의 교육 및 운영 시스템 일부를 채택한 국내 대학들이 있지만 이번에 설립되는 혁신대학은 미네르바와 정식계약을 맺고 그들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고등교육 기관이 된다. 이 대학은 포스텍의 특수 단과대학 형태로 설립될 예정이다. 학교측은 개교 첫해 동아시아 및 아세안 약 10개국의 우수한 학생 100여명을 선발하며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에게 경영학 사회과학 인문학 컴퓨터과학 자연과학 등 전공과 심화과정으로 구성된 4년제 학위를 제공한다.
26일 미네르바대학 설립을 추진 중인 백성기 KAFA 상임대표를 만났다.

백성기 상임대표는 |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1971년)를 졸업하고 1981년 미국 코넬대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기획처장, 부총장 및 포항가속기연구소장 등을 거쳐 제 5대 총장을 역임했다. 세라믹 소재 분야 권위자로서 1994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세라믹스 학술회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사진 이의종

■시대 변화에 대한 진단과 인재상은.

인류 역사는 전쟁과 같은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부침을 거듭했는데 그 때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있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급격한 변화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지도자는 누구인가? 리더십 위기는 우리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벤 넬슨(Ben Nelson)이 미네르바 대학을 설립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우선 철저한 문제의식과 시대변화에 대한 이해, 디지털 혁명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을 갖춰야 한다. 두번째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가지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창의력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투철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한 도덕적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결국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기본기를 갖추게 되면 이를 밑거름으로 자연스럽게 배양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기본기(펀더멘털)이다.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한 결과이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공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1학년 기본 소양 과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네르바 대학이 1학년 과정을 중요시하는 이유이다.

전문화되고 파편화돼 있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4C(의사소통 Communication, 협업 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창의적 사고 Creative Thinking)를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천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력을 키워 문제해결능력을 갖추게 한다. 학생들에게 물리 화학 수학 철학 등 전문화된 지식을 축적하는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협업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해 진단하면.

우리 아이들이 꿈과 끼를 찾아가는 초중고교와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대학, 그리고 꿈을 실현하는 사회 사이에 엄청난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그 핵심에 대학 입시가 도사리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겪으면서 망국적인 미스매치는 극대화된다. 머지 않아 학령인구는 20만명대로 급감하고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 미스매치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가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타고난 재능을 찾아 꿈을 키우고 이를 전공으로 연결하고 그에 걸맞는 취업 혹은 창업으로 이어지는 교육의 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미네르바대학 교육방식 특징은 무엇인가.

미네르바 교육의 핵심은 교수의 지식과 경험을 기초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학생이 미래를 주도적으로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적 지식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내용을 완전히 재설계했다. 그것이 미네르바의 교육 혁명이다. 학생들이 갖춰야 할 창의적 사고력, 소통 능력 등 기본적인 소양은 1학년에서 학습하고 이를 선택한 전공 분야에 적용해보는 과정과 함께 세계 여러 지역을 돌면서 다양한 문화와 실제적 문제에 관여한 경험을 통해서 미래 지도자로서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 미네르바 학습법의 요체이다.

최근에 뇌과학의 발전은 인지과학과 발달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학습하고 행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학습과학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미네르바 교육과정은 학습과학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액티브 러닝(Activate Learning), 혹은 능동학습에 기반한 온라인 포럼을 통해 기본기를 철저하게 마스터하고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응용할 수 있는 실천적인 역량을 갖추게 한다.

■미네르바대학이 하버드대보다 입학이 힘든가. 입학과 졸업생은 어떤 특징이 있나.

미네르바대학이 하버드대보다 들어가기가 더 어렵다. 미네르바대학에 적합한 학생들을 선별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2014년에 미네르바대학이 세워졌고 2019년에 첫번째 졸업생이 나왔다. 현재 600여명의 졸업생은 사회 각 분야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창업했거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매니저 레벨로 활동하고 다양한 국제기구나 사회단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졸업생 중 미국 학생은 20%이내이며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양하다. 한국인 졸업생도 10여명 된다.

■미네르바대학은 해당 국가의 대학·기업들과 연계한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이 입학 후 4년 동안 7개국을 돌면서 대학·기업 간 연계 프로젝트와 문제해결학습을 수행한다.

학생들은 소그룹 공동체를 통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평가해 준다. 7개국을 도는 이유는 1학년 때 기초역량을 키우고 그것을 자기 전공 분야에서 적용하며 동시에 실제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통해 학습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서다.

서울도 7개국 도시 중 하나인데 분단, 핵, 한국문화 등 지역 특수 문제에 관여하는 기회를 갖고 삼성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기업과 연계프로젝트와 현장 문제해결을 통해 실천적인 응용력을 키워간다. 최종적으로는 학생 각자만의 강좌를 개설하고 동료들을 가르치는 기회를 통해 학습 목표를 완성하는 아주 독특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개별 학생들의 학습 지원이나 학생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부분은.

국내에도 미네르바대학과 유사한 시도가 있다. 한국의 현실에 맞춘 미네르바식 대학을 지향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한가지 걱정은 미네르바대학 교육 플랫폼이 워낙 독특하고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가 활용돼 학생들을 끊임없이 모니터링 하고 평가한다. 교수 학생이 모두 참여하는 열린 평가 시스템이다. 졸업할 때는 지식의 습관화(Habits of mind)가 되도록 여러 가지 학습과학의 기법들을 활용한 토론, 평가, 반성, 피드백이 끊임없이 이뤄 진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긴장하고 힘들어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익숙해지면 능동학습의 놀라운 성과와 변화를 체험하게 된다. 우리가 다르지 않으면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없다는 인식과 소명의식이 널리 퍼져있다.

■KAFA가 미네르바와 손잡고 혁신대학을 국내에 설립한다. 소개해 달라.

KAFA는 2017년 국내 식품기업 오뚜기 창업자 고 함태호 회장의 기부금을 기반으로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KAFA는 미얀마에 대학 설립을 추진했으나 쿠데타 등으로 무산됐다. 방향을 선회해 한국에 혁신대학을 설립해 아세안 학생들을 상대로 리더십 교육을 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미네르바 측과 접촉해 한국에 미네르바식 혁신대학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 아시아 학생들이 기존처럼 유학으로 서양식 대학교육을 받기보다 지역에 우수한 교육기관을 설립해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지도자를 키울 방침이다.

■새로운 혁신대학 설립의 최종목표는.

동아시아의 변화를 이끌어갈 비전·실력과 함께 도덕성을 갖춘 바르고 용감한 미래 지도자를 육성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당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지역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갖춘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텍 산하의 특수 단과대학 형태로 설립된다. 한국대학에 입학해서 미네르바대학이라는 독립적인 시스템에서 공부하지만 포스텍 졸업생이 된다. 개교 첫해 동아시아 및 아세안 약 10개국의 우수한 학생 100명을 선발하며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경영학 사회과학 인문학 컴퓨터과학 자연과학 등의 전공으로 구성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교육 개혁에 대해 평가 한다면.

교육부가 대학을 관리 감독하고 규제하는 역할을 청산하겠다고 선언 했다. 크게 환영한다. 디지털 기술을 교육에 접목한 에듀테크의 확산과 학생 맞춤형 인공지능튜터를 조기에 도입하겠다는 정책 제안은 시기적절하며 환영한다. 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자율과 책임을 갖고 대학을 육성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재정지원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도 바람직하다.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 수능의 부정적인 요인들을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길 바란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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