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아세안의 쌍두마차, 해양 동남아와 대륙 동남아

2023-01-06 11:06:28 게재

해양 4국 낙후지역 '빔프-동아시아성장지대'는 동남아의 보석 … 두개 회랑이어 세번째 회랑 개발

아세안면을 신설하며…
위기가 닥치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개인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며 우리나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과 인도 등 남아시아가 재조명 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제2의 무역상대국이다. 이들 국가와 협력의 강화 속에서 미중경쟁 위기 극복의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상대를 알아야 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민들도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게 관계개선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내일신문은 아세안면을 신설해 매월 두차례 아세안 소식을 전한다. <편집자 주>

정해문 전 태국 대사

BIMP-EAGA는 모든 아세안 경제를 통합하는 아세안 비전의 핵심 역할을 추구한다.
회원국 간 장기 발전 비전을 공유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행 기제를 가동 중이다.
아세안의 역동성은 해양 동남아와 대륙 동남아 두 소지역 협력의 활성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두 협의체 모두 아세안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쌍두마차로서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세안은 크게 두 개의 소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대륙부 동남아와 해양부 동남아로 대별된다. 이들 두 소지역은 각각 별도 협의체를 설립해 가동하면서 경제·사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큰 목표인 아세안 연계성 증진과 아세안 통합 심화에 기여하기 위해 나름 전력투구 하고 있다. 대륙부 동남아는 티벳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이 흘러가는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다. 통칭 메콩강 유역국이라 하며 '엠알씨(MRC)' 등 메콩유역 개발협의체가 메콩 소지역 경제개발에 특화된 맞춤형 활동을 하고 있다.

아세안의 해양 4개국 연합체인 BIMP(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는 1994년 동아시아 성장지대(East ASEAN Growth Area)를 출범시켜 개발·협력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아세안 해양 4국 연합체인 빔프-동아시아 성장지대 지도. 출처 BIMP-EAGA 홈페이지


반면, 해양부 아세안 4개국(BIMP :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1994년 BIMP-EAGA(동아시안 성장지대, East ASEAN Growth Area)를 출범시켜 이들 4개국 내 전략적으로 매우 가까운 원격·낙후 지역 개발을 촉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해양 동남아 4개국의 낙후지역 발전을 통해 역내 고도성장 지역과의 개발격차 해소 및 아세안 경제통합을 목표로 창설된 협의체이다. 특이한 것은 협력 대상 지역을 이들 네 나라 전역으로 하지 않고 특정 원격·낙후 지역으로 국한시키고 있는 점이며 바로 이 점에 시선이 끌린다.

◆빔프 4국, 한-아세안 중요 협력 파트너 = 빔프(BIMP) 4개국은 모두 해양 국가로서 태생부터 해양안보를 머리에 이고 사는 나라들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이행해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BIMP-EAGA 협력은 2020년 한-아세안 정상회의시 우리 정부가 발표한 한-해양동남아 소지역 협력 구상 이행 노력의 일환으로서, 해양 동남아 지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동남아 지역 전체의 포용적·균형적 성장과 아세안 연계성 증진을 추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빔프측과 연 300만불 규모의 한-BIMP-EAGA 협력 기금을 조성해 운용 중이며 이는 기존의 한·메콩협력과 더불어 한·아세안 협력의 지평을 보다 다층적, 다면적으로 확대해 나가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21년 제1차 한-BIMP-EAGA 고위관리 회의 시 기후변화에 취약한 BIMP-EAGA 국가들의 수요를 감안,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의 삼각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이들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였으며, 동 회의 계기 한-BIMP-EAGA 협력기금 기탁처로 GGGI를 지정하고 이를 통해 3자 간 유기적, 효율적 협력 기반을 마련하였다.

제2차 한-BIMP-EAGA 고위관리회의(SOM)가 2022년 6월 17일 정의혜 외교부 아세안국장(왼쪽위)과 주니카 빈티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실 경제기획원 부총국장(오른쪽 위) 공동 주재 하에 화상으로 열렸다. 출처 외교부


한편 작년 6월 개최 제2차 한-BIMP-EAGA 고위관리 회의에서 양측은 제1차분 실질협력 사업으로 해양 동남아 국가들의 수요가 높은 기후변화 대응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관련 협력 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하였다. BIMP-EAGA 소지역은 기후 적응과 완화 이니셔티브를 채택함으로써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부터 녹색 회복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한-BIMP-EAGA 양측은 환경, 연계성 및 관광을 작년도 중점 협력분야로 선정하고 다양한 협력 사업을 발굴, 이행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 4국은 낙후지역 개발에 집중 노력 = BIMP-EAGA는 회원국들의 원격·낙후 지역 간의 수세기 무역 연결을 복원해 이를 활성화 하기 위해 1994년 설립되었다. 국가의 경계가 이러한 '역사적 길'에 장벽을 부과하였으나 해당 국가들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무역 연계 활성화를 추구하였다. 그들의 비전이 이들 국가들의 낙후·원격 지역에 사람 중심의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BIMP-EAGA를 태동시켰다.

BIMP-EAGA 소속 지방들은 그들 각자의 수도보다 상호 간에 지리적으로 더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이들 회원국들은 이들 지역들을 훨씬 더 가깝게 묶으려고 국가간에, 소지역에 걸쳐 그리고 아세안 회원국 간에 개발 격차를 좁히려고 시도하고 있다. 올해 BIMP-EAGA는 출범 29주년을 맞이한다.

동 소지역은 지난 29년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도로, 항구 및 기타 인프라를 확산하였으며, 이는 바로 회원국들 간 육로·해로·항공 연계성 증진으로 이어졌으며 동시에 무역 및 관광의 '극적' 수준으로의 증진을 가져왔다. BIMP-EAGA는 민간 분야 역할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특이하며 민간 분야는 무역·투자를 동원하며 반면, 공공 분야는 유리한 정책 및 규제 환경 채택을 촉진함으로써 권능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29년간 인프라 개선은 비즈니스 비용을 절감하고 중소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무역 및 투자를 신장시켰다. 자연 및 문화자원 보존에 주안점을 두는 커뮤니티 기반 생태계 관광을 포함하여 환경 및 관광은 공통의 개발 도전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이어 가면서 다문화적인 소지역에서 보다 더 강력한 연대 의식이 무르익고 있다.

BIMP-EAGA는 사람들 이동을 더욱 촉진시키고 국경을 넘어 상품의 아주 매끄러운 흐름을 증진하며 단일 아세안 생산기지 실현을 지향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BIMP-EAGA는 어느 날 모든 아세안 경제를 통합하는 아세안 비전의 핵심 역할을 추구한다. BIMP-EAGA는 정상회의 협의체로 발전하여 왔으며 재작년 제14차 정상회의를 개최하였다. 회원국 간 장기 발전 비전을 공유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행 기제를 가동 중이다. 아세안의 역동성은 해양 동남아와 대륙 동남아 두 소지역 협력의 활성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두 협의체 모두 아세안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쌍두마차로서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BIMP-EAGA는 현재 회원국을 연결하는 두 개의 경제 회랑(Economic Corridor)을 운영 중이며 신규로 세 번째 경제 회랑을 개발하고 있다.

첫째, '서보르네오 경제회랑(The West Borneo Economic Corridor)'는 석유·가스 회랑으로 보르네오섬의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1개 주, 말레이시아 2개 주 연결 도로로서 원유 및 천연가스 주요 수출 지역을 통과한다.

둘째, '대 술루-술라웨시 회랑(The Greater Sulu-Sulawesi Corridor)'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및 필리핀 섬을 연결하는 해양 회랑으로서 역사적으로 강력한 무역 연결이 존재했으며 인도네시아의 북 술라웨시섬과 필리핀의 민다나오섬 사이에 무역이 집중되었음을 고증하였다. 전 세계에서 해양 생물다양성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셋째, 현재 개발 중인 '동보르네오 경제회랑(The East Borneo Economic Corridor)'는 지금 한창 건설 중인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신수도를 통과하며 보르네오섬의 인도네시아 4개 주와 말레이시아의 사바주를 연결한다.

◆일본, 중국, 호주 등 앞서, 한국 뒤늦어 = BIMP-EAGA 지역은 동남아의 숨은 보석이라 하겠다. 아직 세공의 손길이 덜한 원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다.

보르네오섬에 건설 중인 인도네시아의 신수도 완공은 동남아 경제·사회 활동과 인력 이동의 중심 추를 BIMP-EAGA 지역으로 옮길 것은 자명하다. 수도 이전은 우리와 새로운 협력의 창을 열어주고 있다. 수천 년 내려오는 독특한 문화를 계승하는 지역, 전 세계에서 해양 생물 다양성 종이 가장 밀집한 지역, 수 세기 뱃길 무역로를 복원한 끈기와 지구력, 물리적 연계성 증진 사업이 가장 활발한 동남아에서 역사 속에 가려진 비단길 찾는 시계의 추는 멈출 줄 모른다.

여기에 아시아 최고의 씽크탱크인 ADB가 1996년 처음으로 BIMP-EAGA를 지원한 이래 2003년부터 ADB는 BIMP-EAGA의 지역개발 자문 역할을 하면서 원격.격리 지역을 경제성장 엔진으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해양 동남아에 눈을 돌려야 하는 사유가 이뿐이겠는가?

일본, 중국 및 호주는 BIMP-EAGA와 활발하게 협력해 오고 있다. 일본은 고위관리 협의체를, 중국은 장관급 협의체를, 호주의 북부지역 주와는 고위 관리 협의체를 각각 가동 중이다.

우리는 여태껏 두 차례 고위관리 회의를 가졌다. 앞으로 양측 협력 과정을 보아가면서 협력에 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외교장관 협의체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와 동시에 BIMP-EAGA 협력 선두 주자인 일본 및 호주는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인 만큼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한-일(호주)-BIMP-EAGA 삼각협력을 추진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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