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한달, 기부실적 저조
1억 이상 모금한 지자체 한 곳도 없어
지자체들 "지정기부로 동기 부여해야"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한 달을 맞았지만 아직까지는 기부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금액 사용처가 불분명한데다 홍보 등이 제한돼 있어 활발한 기부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지정기부'와 '민간위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도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이 1억원을 넘는 지자체가 한 곳도 없었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들의 과열경쟁을 방지한다며 모금액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일부 공개된 현황을 보면 경북 예천군이 9090만원을 모금했다. 의성군(6653만원) 경주시(5165만원) 상주시(4423만원) 성주군(4009만원) 등은 그나마 경북에서 모금액이 많은 지자체들이다. 경북도 본청에는 110명이 7000여만원을 기부했다. 경북도와 23개 시·군 전체 모금액은 7억7000여만원(3500여명)이다.
강원도는 모금액이 경북의 절반 정도인 3억5000여만원이다. 속초시(3700만원) 원주시(2500만원) 고성군(2000만원) 철원군(1800만원) 등은 구체적인 모금액이 공개됐다. 인천시와 10개 구·군에는 260여명이 모금에 참여해 3000여만원을, 대구시에는 41명이 참여해 850만원을 기부했다. 대전 2060만원(132명), 세종 2070만원(82명), 충남 2300만원(55명) 등 충청권 지자체들도 모금액이 비슷비슷하다.
이 밖에도 경기 수원시는 1500만원(160명), 경남 고성군은 2000만원(103명)을 모금했다. 전남은 기부에 동참한 사람들의 숫자만 공개했는데, 영광군 300명, 해남군 220명, 목포·여수시 각 200명 정도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하는 지자체를 제외한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액의 30% 이내 답례품 제공이 가능하고, 10만원까지는 전액,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10만원 기부하고 13만원을 돌려받는'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다. 특히 전·현직 대통령과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지자체장들이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한 달 내내 다른 지자체와 교차기부를 하는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기부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정기부'를 통해 기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31일 행안부가 마련한 설명회에서도 지정기부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제주도와 충북도의 기금사업 계획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제주도는 기부 활성화를 위해 우선 기부자 기념숲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도시공원에 숲을 조성해 기부자 명패를 부착해주겠다는 것이다. 기부금을 곶자왈 공유화 사업이나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제주를 함께 지키고 가꾸겠다"는 취지다.
충북도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까지 실시해 기부금 사용처를 '의료비 후불제'로 정했다. 목돈 지출 부담으로 적정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취약계층에게 의료비를 대출해주고 36개월 분할해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복지 제도다. 기부금이 쌓이면 이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충북도의 계획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제주·충북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타 지역 주민들의 기부를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공개해 기부자들에게 성취감을 준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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