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서둘러야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한달을 맞았다. 초기 유명인들과 정치인,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기부가 이어지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기부 분위기는 한달 만에 거의 사그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부목적'이 명확하지 않아서다. 기부자들에게 '기부하는 재미'를 주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기부자에게 기부할 동기를 주어야 하는데, 정부가 지나친 경쟁을 우려한 나머지 이런 장치들을 모두 막아버려 생긴 일이다.
우리보다 먼저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 지난해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99.7%가 기부금 용도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모든 지자체가 지정기부를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자체 4곳 중 1곳(24.7%)은 상세 선택도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은 2017년부터 지정기부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는 중이다.
일본인들의 기부 이유를 조사한 결과는 더 눈길을 끈다. 일본 역시 기부의 가장 큰 동기는 '답례품'에 있지만, '지방응원'과 '공감하는 사업'이 그에 비견될 만큼 높게 나타났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단순히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국가재정 일부를 나눠주는 수준에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 어렵게 만든 제도를 활성화해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에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해법이 바로 '지정기부'다.
지정기부를 활성화하려면 정부나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본도 기부금 모금과 사용 등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정기부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린 바 있다. 우리도 민간위탁 관련 규정을 서둘러 개정해 기부자들의 공감을 얻는 다양한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
모금액의 실시간 공개도 검토해볼 만하다. 기부자가 관심을 가진 특정 목적의 기부에 적립금이 쌓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를 줄 수 있어서다. 반대로 실적이 저조할 경우 모금을 독려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
현행 고향사랑기부금법에도 이미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 법 시행령은 '기부금의 사용 용도를 정해 모금 홍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가 마련한 참고 조례안에서도 '기금 사용 목적에 해당하는 사업 중에서 지정해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행안부와 지자체들은 서둘러 지정기부가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기부자와 지자체가 이 제도를 계기로 연대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이른바 '관계인구' '생활인구'가 되고,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한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련기사]
▶ "지정기부해야 활성화 가능"
▶ 고향사랑기부제 한달, 기부실적 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