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저임금, 업종·지역별로 높일 순 있지만 낮출 순 없다

2023-06-23 11:02:47 게재

사회안전망·경제공정성으로 약자끼리 싸움 중재

올해도 최저임금인상을 두고 노사 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노동계는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물가 오른 만큼 임금이 올라야 최소한 생활수준이 뒷걸음치지 않는다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폭인 전년 대비 5.1% 인상되고, 전기·가스·수도는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12.6%나 인상됐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최저임금동결을 호소한다, 원자재 가격과 금리의 폭등 이유로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이 폐업위기에 서 있다며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5인 미만 영세사업체, 숙박·음식점업 일자리가 위태롭다. 노동자 중에서도 취약계층인 알바생, 중소상공업 종사자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최저생계비를 두고 해마다 약자끼리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영계도 여력이 되는 업종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그렇지 못한 업종은 최저임금을 낮게 정하자는 주장이 거세다. 노동을 가장 낮은 수준이나마 노동을 보호하겠다는 최저임금도 업종에 따라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독일 2015년부터 최저임금제 시행 = 독일의 경우, 국가에서 정하는 최저임금은 업종과 지역을 불문하고 최저의 기준이다. 거기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단체협상을 통해 국가가 정한 수준보다 최저임금을 더 인상하면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이 국가기준보다 높아진다. 2022년 최저임금이 10.45유로(1만4900원)에 달할 때 아우스빌둥(이원화 직업훈련)을 받고 직업자격을 취득한 후 상위의 직업자격을 취득한 고급기술직 자격보유자는 최저임금이 17.70유로(2만5200원)에 달했다.

독일은 통일 전까지 산업별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을 정했고 이렇게 체결된 임금이 최저기준이 됐다. 통일 후 대량실업이 발생하자 많은 기업들이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는 실업자를 선호해 사용자단체에서 탈퇴하거나 정보기술(IT)산업과 같이 신산업분야의 창업기업들은 사용자단체에 가입을 거부해 단체협약의 적용 대상이 크게 줄었다.

이에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제 정당의 합의로 2015년부터 최저임금제를 시행했다. 당시 독일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대상 임금덤핑 방지 △정규직 근로자가 1일 8시간 노동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부조리 철폐 △빈곤층 감소를 목표로 했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제에 대한 통계를 보면 2015년 시급 8.50유로(1만2100원)에서 시작한 최저임금은 2023년 12유로(1만7000원)에 달한다.

◆약자의 문제 최종책임 중앙정부에 = 독일 사회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최저임금의 수준을 합의하는 문제는 오랜 세월 한국의 노사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 노동자와 기업이 서로의 존립을 두고 싸울 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기도 하고 많은 기업이 문을 닫기도 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이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는가? 한국의 최저임금 노사공방과 같이 하위조직이 사회적 해법을 스스로 찾지 못하면,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칙 중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연방정부 같은 상위의 조직이 나선다. 독일 정부는 노동자가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 임금에만 의존되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했다.

또 중소상공인이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하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해 중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키웠다. 정부는 공정과 안정을 지키는 중심축이 돼 사회적인 균형을 잡았다. 업종에 따라 최저시급을 달리하자는 것은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노사에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

["노사관계 정부역할"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