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문화예술 더하고 생활체육 접근성↑

2024-09-06 13:00:02 게재

오목공원 ‘공공시설 혁신 사례’ 인증

부모·자녀 함께 마라톤대회서 달리기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뛰기도 힘들고 낡은 느낌이었어요. 좀 멀어도 다른 공원을 이용했어요. 이렇게 잔디를 깔아놓으니 아이들이 마냥 놀기 좋잖아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이 모(88)씨는 “바뀐 뒤에는 다 마음에 든다”며 “큰 나무를 그대로 살려 그늘을 만든 건 참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기재 구청장이 공무원들과 함께 오목공원 회랑을 거닐며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양천구 제공

이씨가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적한 석양녘을 즐기는 사이 두돌 아이를 동반한 30대 서 모씨는 역시 아이를 안고 온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에 여념이 없다. 뒤편 나무 아래 철제책상에서는 인근 목은중학교 학생이 학원으로 향하기 전 숙제를 하고 있다. 공원 둘레길에는 자전거가 분주히 오가고 나무들 너머 한켠에서는 농구공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여느 근린공원처럼 규모는 작지만 풍경만큼은 확연히 다르다. 북적대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보기 드문 여유가 한가득이다. 지난해 12월 도시 공공쉼터 개념을 도입해 새롭게 탈바꿈시킨 오목공원이다.

6일 양천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에 주력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과 교통망 등 공공기반시설 확충 등 서울 서남권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가는 동시에 주민들이 도심에서 휴식 산책 운동 등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이기재 구청장은 “도시를 풍성하게 하는 건 생활체육 문화예술 평생학습”이라며 “주거 중심 도시에 맞게 대문 밖을 나서면 바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목동축 중심에 자리잡은 오목공원 변신도 그 일환이다. 1989년 조성한 낡은 공간을 여가 예술 생태체험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정사각형 공중 회랑부터 눈에 띈다. 위쪽에서 도시와 공원을 둘러보며 산책을 할 수 있고 아래쪽에서 보면 눈·비와 햇빛을 막아주는 천정 역할을 한다. 녹지와 운동시설은 물론 낡은 건물을 활용한 그림쉼터와 식물쉼터 키즈카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구청장은 “공원의 개방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건축물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며 “공공디자인을 통해 공공시설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우수사례로 인정받아 ‘2024 대한민국 공공디자인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오목공원에 이어 장수공원 신트리공원 온수공원 등도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자연과 쉼 그리고 문화가 공존하는 다목적 공간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노년층 주민들 맞춤형 전용 놀이터, 통합 무장애 실내놀이터, 무장애 숲길 등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또다른 축은 생활체육이다. 양천마라톤대회를 8년만에 부활시킨 게 대표적이다. 올해는 안양천에서 한강변까지 구간을 확대하고 가족과 커플이 함께 뛰도록 했다. 2세 영아부터 84세 고령자까지 달리기로 뭉친 이색 잔치가 됐다. 이기재 구청장은 “지난해 잠깐 뛴 걸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했다거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낡은 해누리체육공원 새단장, 목동테니스장 지붕 설치 등도 주민들이 반기는 일이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주민들이 필요로 하고 행복해하는 일을 찾아서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