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혁신 기업인 열전 ⑨ 박광범 쓰리에이로직스 대표
NFC용 반도체 국산화 성공…20년간 글로벌기업과 경쟁
세계 세번째로 NFC 리더칩 상용화·국제인증 획득
차량용 디지털키 리더칩 ‘TNR200’ 국내 첫 개발
자동차·스마트물류 진출 준비, 직원복지 최고 수준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도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저성장까지 복합위기에 빠졌다. 미국-중국의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한 가운데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다. 한국기업의 도전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사)밥일꿈과 기업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혁신 기업인을 연재한다. 그들의 고민과 행보가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이 나아갈 방향에 좋은 지침을 담고 있어서다.
20년전 직장 동료들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근거리무선통신(NFC)기술의 성장을 확신하고 NFC기술의 핵심인 반도체(칩) 국산화를 목표로 삼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중심으로 반도체설계 전문가를 규합해 6명이 2004년 창업했다.
2년후 국내 최초로 13.56MHz 대역 무선주파수식별(RFID) 리더(reader)칩을 국산화했다. 2014년 NFC 다이나믹 태그(Tag)칩을 상용화했다. 2018년에는 국내 업체 최초이자 세계에서 3번째로 차량용 NFC 리더칩 상용화(2018년)에 성공했고 국제인증도 획득(2022년)했다. 이후 정품인증용 태그칩, RFID+NFC를 통합한 원(One)칩, NFC 무선충전칩 등을 차례로 국산화했다. 최근에는 차량용 디지털키의 기술표준인 디지털키 2.0을 충족하는 NFC 리더 칩 ‘TNR200’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한결같이 20년을 NFC용 시스템반도체 설계에 매달린 성과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매출액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NFC 반도체 핵심 특허 104개를 출원했고 등록특허만 53건이다. 창업구성원 6명은 20년째 함께 한우물을 파고 있다. 언제(anytime), 어디서나(anywhere), 어느 기기에서든(any devices) 소통이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현재 NFC 분야 국내 최고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기업)로 자리잡은 쓰리에이로직스(공동대표 박광범 이평한)가 써온 서사다.
◆국내 유일 NFC 팹리스 = “회사명은 언제, 어디서나, 어느 기기에서든의 첫 알파벳 A를 3개 모아 만들었다.”
지난달 22일 성남 판교 본사에서 만난 박광범 쓰리에이로직스 대표는 회사명 쓰리에이(3A)의미를 먼저 설명했다. 창업의 초심을 회사명에 담은 것이다.
쓰리에이로직스는 국내 유일의 근거리무선 통신 칩 전문설계 업체다. 박 대표는 “NFC용 집적회로(IC) 설계기술을 활용한 NFC 칩을 비롯해 RFID 칩, 블루투스 저전력 칩BLE, 무선충전칩, 센서드라이버 IC 등을 자체 제품으로 상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세계에 104건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등록특허는 53건이다. 59개 회로구현 핵심특허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NFC는 10㎝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13.56㎒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해 데이터를 교환하는 무선통신기술이다.
현관 출입통제나 교통카드, 삼성페이 등과 같은 전자결제가 대표적이다. NFC는 리더(판독·해독 기능)와 태그(정보제공)가 한쌍으로 구성된다. 디지털도어록의 경우 도어록이 리더, 출입카드가 태그 역할을 한다.
NFC는 적용분야가 넓다. 박 대표는 “저렴하고 싸게 만들 수 있는데다 수명도 길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NFC는 출입통제와 전자결제 등 제한된 분야에만 사용됐다. 스마트폰에 NFC 기능이 탑재되면서 NFC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스마트물류 헬스케어 무선충전 등 사물인터넷(IoT)을 구현하는 핵심기술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세계 NFC시장은 2023년 250억달러에서 2028년 5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자동차와 스마트 물류용 NFC시장을 목표로 회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칩 크기를 최소화하고 저전력 회로를 구현해 칩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NFC 기술규격은 세계적으로 13.56MHz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단일 표준으로 국가간 기술제약이 없다는 점도 기회다. 글로벌 수준에 적합한 반도체를 개발한다면 국가별 장벽 없이 세계 어디에나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쟁상대는 글로벌기업 = NFC 반도체시장은 글로벌기업들 판이다. NXP(네덜란드), ST마이크로(스위스) 소니(일본) 등 종합반도체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도 NXP가 67%를 점유한 반면 쓰리에이로직스는 6%에 불과했다. 글로벌기업들이 쓰리에이로직스 경쟁상대인 셈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올해 11%, 2025년 17%, 2026년에는 20% 정도로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기술경쟁력이다.
그는 “칩 크기나 전력소모, 정전기 방지 측면에서 우리 제품이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면서 “NFC와 극초단파(UHF)-RFID를 합친 복합칩도 가장 앞서 개발을 완료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쓰리에이로직스의 20년 여정에는 수많은 힘든 시기와 마주했다. 개발자금 부족과 낮은 인지도는 회사를 위기로 몰기도 했다. 팹리스 특성상 1개 제품을 양산하는데 최소 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자금도 20억~50억원 가량이 요구된다. 쓰리에이로직스는 20년간 20개 이상의 양산 모델을 개발하는데 700억원을 투입했다.
낮은 인지도로 판로확보에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문적박대 당했다. 6개월간의 홍보기간 동안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2년간 문제를 분석하고 기능을 추가했다. 2006년 삼성SDS가 디지털도어록에 쓰리에이로직스의 NFC 리더칩을 채택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무시하던 업체들도 그때서야 구매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3년 뒤 우리 회사는 디지털도어록시장에서 외산 칩을 물리치고 당당히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국내 디지털도어록시장을 80% 정도 점유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추진 = 쓰리에이로직스는 직원복지에도 진심이다. 박 대표의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성장한다’는 철학이 반영됐다. 평균연봉은 국민연금관리공단 기준으로 상위 1% 수준이다. 스톡옵션은 기본이고 핵심인재 법인차량 제공, 연 4회 특별상여금 지급 등 중소기업에서 좀체로 보기힘든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가즈오를 존경한다. 그는 “리더의 행동 태도 자세는 집단 전체에 들불처럼 확산된다”는 말을 늘 가슴속 깊이 새기며 살고 있다.
쓰리에이로직스는 현재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올 6월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토종 시스템반도체기업의 자존심으로 새로운 서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성남(판교)=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