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후예를 찾아서 | 이봉국 봉선장 대표
"서해 수산물 세계식탁에 올리는 게 꿈”
서해에서 꽃게 잡아 간장게장으로 6개국 수출 … 항공대 출신 '조업·가공·유통' 글로컬기업
“봉선장은 글로컬기업으로, 나는 글로컬기업을 일구는 선구자가 되고 싶다.”
한국항공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가 2017년 전라북도 부안으로 귀어한 후 간장게장 등 서해꽃게 수출길을 개척·확대하고 있다. 귀어 8년차인 그를 보며 어업과 수산업에 대해 희망을 갖는 예비·초보 어업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봉선장은 지난 7월 12m(40피트) 길이 컨테이너 2.5개에 20만달러 상당의 간장게장 등을 미국으로 수출했고, 다음달엔 컨테이너 3개 규모의 냉동꽃게 수출이 예정돼 있다. 냉동꽃게는 지난해 수출했는데 현지에서 호평을 받아 규모가 커졌다.
이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끝난 2022년 법인 봉선장을 설립했고, 지난해 대만을 시작으로 홍콩 미국 등 3개국으로 꽃게와 간장게장 등 꽃게가공식품을 수출했다”며 “우리 제품을 수입한 미국 H마트는 한인시장에서 아시아인 시장으로 넓히고 있는데 꽃게 시장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봉선장은 올해 싱가폴 일본 캐나다까지 6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수출액은 지난해 2억원에서 올해 1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배 빌려 선원으로 일하며 어선어업 배워 =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에스컬레이터 설계를 담당하며 직장을 다니던 그는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부안으로 귀어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난 뒤였다. 어업을 하던 부모님은 그의 귀어를 반대했고, 고향에 남아 어업하는 친구들도 없는 곳에서 그는 어촌계에도 가입하지 못하며 어촌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500만원을 주고 어선을 임대했지만 배를 몰 줄 모르는 그는 선장을 두고 1년 가량 선원으로 일을 하며 어선을 몰고, 꽃게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고, 그물을 내리고 걷어올리는 방법 등을 배웠다. 하지만 뒤에 보니 옛날 어법이었다.
출구는 현장에서 나왔다. 2018년 부안군청에서 귀어자로 선정된 그는 어선을 새로 건조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어선 수리와 건조시장을 잘 아는 중개업자를 만났다.
이 대표는 “중개업자가 어업하려 내려온 친구를 소개했는데 그 사람은 3년 동안 경험한 여러 가지 새로운 어법을 내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옛 방식은 하루 20개의 그물을 사용하면 일을 끝내는 식으로 꽃게 잡을 때 사용하는 하루 그물 개수를 정해두고 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롭게 배운 방식은 꽃게 수량을 목표로 하는 방식이었다. 그물 20개를 사용해도 목표한 수량을 못 잡았으면 그물을 더 사용하는 식이다. 그는 “귀어 이후 일을 배우고 정착하는데 도움을 받은 곳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아닌 현장에서 일을 하며 신뢰를 쌓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해수부·수협 수출프로그램 활용 = 수출도 우리 사회에 축적된 사회적 자산이 도움이 됐다. 직접 잡은 꽃게를 가공해 직거래를 통해 유통하던 그는 해양수산부 후원으로 수협중앙회 무역사업단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사업에 신청,지난해 1월 대만센터에 입점하면서 수출길을 뚫었다.
그는 "센터 한곳에 입점할 수 있는 업체는 3개뿐인데 우리 회사가 직접 조업하고 가공까지 하는 것을 장점으로 보고 받아줬다"며 "두 달만에 수출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수협중앙회 무역사업단을 통해 수출업자에게 상품을 넘기면 대금정산은 대체로 다음날 이뤄진다. 그는 "7월 미국에 보낸 물건은 물량이 많아 30%는 바이어가 미국 현지에서 검품한 뒤 정산하는 식으로 했다"며 "다른 무역회사도 연락이 오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연결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봉선장은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 참가해 모두 수출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 대표는 "작년 싱가포르박람회 갔다가 어떤 무역회사 통해 700만원어치 소량을 수출했는데 싱가포르에 있는 빅바이어가 먹어보고 우리 제품을 수입하겠다고 지난달 28일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은 맛, 투자업계는 성장성 주목 =그의 일과는 꽃게잡이를 나가는 봄·가을 조업기와 꽃게잡이를 나가지 않는 금어기가 다르다. 금어기에는 가족과 해외여행도 다닌다. 조업을 나갈 때는 오후 11시 출항, 밤새 꽃게잡이를 한 후 오전 8시 입항한다. 가을에는 부안 격포항을 출항해 보통 5분 정도 거리에서 조업한다. 봄에는 30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까지 간다.
가을조업기는 금어기(6월 21~8월 20일)가 끝난 8월 21일부터 11월 초·중순까지, 봄조업기는 보통 3월 중순부터 6월 20일까지다. 아침에 입항하면 가공공장 차가 와서 원물을 가공장으로 옮기고, 택배보낼 것은 택배 보내고, 나머지는공장냉동고에 급속냉동한다. 조업과 가공공장 운영은 분리돼 있다. 조업기지만 꽃게가 많이 잡히지 않는 어한기에는 그물 등 어구손질을 한다.
선원은 현재 3명, 공장직원은 10명이다. 선원은 모두 베트남에서 왔고, 공장에도 베트남 직원 3명이 일하고 있다. 선원급여는 지금 월급제지만 배가 더 늘어나면 능력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봉선장은 직접 조업 → 가공→ 유통을 하며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힘들게 꽃게를 잡아도 시장에서는 유통기업이 주도권을 가진 가격결정력에 휘둘리고, 사용할 수 있는 원물 비중도 적었다"며 "다리가 떨어져 나간 꽃게는 좋은 제품(상품)으로 팔 수 없지만 가공을 하면 다리가 떨어졌을 뿐 싱싱한 품질에는 아무 영향이 없어 중품 하품으로 분류될 꽃게를 게장으로 만들어 좋은 제품으로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직거래를 포함한 다양한 유통망을 개척하는 것도 시장에서 가격결정력을 높이고 있다.
봉선장은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한걸음 한걸음 성장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9년 어업만 할 때 2억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결합한 2020년 3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 시기에도유통망을 다양화해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2021년에는 봉선장 자사몰을 열어 4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가공공장을 열고 가공식품을 판매해 매출액이 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수출을 시작한 2023년은 수출액 2억원을 포함 매출액 1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수출 10억원을 포함 25억원의 매출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2022년 9.5%, 2023년 12%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15%가 목표다.
봉선장은 지난해 법인 설립 후 액설러레이터(AC)에서 2억3000만원, 전북벤처혁신투자조합에서 5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수산·어업계에서는 봉선장과 이봉국 대표의 벤처창업기를 통해 전문지식이 없어도 작은 규모의 어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