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회

묻지마범죄·살인예고 등 사회현상, 입체적으로 다루길

2023-08-31 10:46:30 게재

내일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17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8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독자권익위원들은 묻지마 범죄와 잇따른 살인예고 글과 관련해 어떤 이유로 이같은 사회현상이 발생하는지 입체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와 관련해선 부실 논란이 대대적으로 터진 후에야 관련 보도를 싣기 시작한 데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향후에라도 국가적으로 치러지는 국제행사에 대해선 태스크포스팀 등을 꾸려 점검해 볼 필요성도 제기했다.

내일신문 8월 독자권익위원회 회의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잼버리 미리 철저한 보도필요
1면과 내지 조율 신경 더 써야


정세용 =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이미 2일 개영식부터 집단온열환자 사태가 있었는데 영국과 미국 대원들이 5일부터 떠나면서 전국 언론이 보도를 했다.

내일신문도 '준비부족에 반쪽 된 잼버리' 등 크게 보도했지만 처음부터 철저히 보도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8월 9일자 '또 감사, 또 수사 과거만 파는 윤정부' 기사가 눈에 띄었다. 1년 넘도록 감사원과 검찰만 분주한 것 아닌가 싶다. 남은 3년 반 어떻게 할지 청사진을 내놔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은데 내일신문이 그런 관점에서 열심히 기사를 써줬으면 한다.

8.15광복절 경축사가 1면·2면·8면에 분산되있다. 같이 종합해서 다뤘으면 좋을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어울리지 않는 편집이었다. 대통령이 일제 36년을 건국과정으로 설명했는데 헌법의 '임시정부 이어 받았다'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부분의 지적이 없어 아쉽다.

'석탄화력발전 폐지 지역 지원' 공론화
법안통과 못한 이유 짚어야


임성진 = 17일자에 '석탄화력발전 폐지 지역 지원 공론화' 기사가 있었는데 중요한 기사다. 석탄화력발전은 빨리 접어야 하지만 폐지 시에 지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이 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대안이 없어서 지속돼 왔는데 공론화가 시작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이 보도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최한 토론회를 계기로 나오게 된 것 같은데, 사실 석탄화력발전 폐지 관련 법안들이 하나도 통과되지 못한 데에는 국민의힘 반대 탓이 컸다. 기사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이런 맥락을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보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선거법 관련해 7월에 내일신문에서 집중보도한 것을 잘 봤다. 기획기사로 끝날 게 아니라 적어도 위성정당은 다시 안 나오도록 소명감을 가지고 선거법 개정 공론화방법을 연구해줬으면 좋겠다.

'내일의 눈' 중 7월 7일자 '권위주의 시대 과학 신봉은 끝났다'를 인상깊게 읽었다. 과학이라는 말을 지나치게 일상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고, 논쟁거리가 되면 과학으로 눌러버리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사실 과학이란 신뢰를 가질 때 설득력이 있는 것인데 아주 정리를 잘 했다.

국가분담비율과 재정안정성 균형점
깊이있는 후속보도 해야


문찬석 = 7월 18일자 '청년희망 연금개혁' 기획은 꼼꼼히 잘 쓴 기사이다. 다만 사이드에 배치된 '한국 공적연금 수급자 부담 높아'라는 기사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기사 취지는 국가의 분담비율이 낮다는 지적과 함께 국가 비율을 높여서 가입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같다. 그런데 국가의 분담률을 높이려면 재정 투입과 연관이 있을 텐데 연금을 많이 받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마냥 재정투입을 하는 것에도 여러 고려해야 할 점이 있을 거라고 본다. 기회가 있다면 그런 부분도 좀 고려해서 후속취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고령사회 정년연장' 기획 관련 일본 사례를 다뤄서 잘 읽었다. 우리보다 앞서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단계적으로 정년연장이 이뤄진 걸로 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부담이 있을 거고,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근로자 대부분이 고령화에 따라 지속적인 수입이 필요하다는 점이 있고,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정년 사이에 5년 갭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메울지가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에선 3가지 방안을 추진 중인 것 같다. 정년 점진적 연장, 재고용 보장, 아예 정년 폐지. 이 3가지를 놓고 연구도 하고 그런 것 같은데, 얼마나 국가가 개입할 것이냐 고민이 깊은 걸로 안다.

내년에 총선도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공청회가 열릴 것이다. 좋은 기사를 쓴 김에 이런 부분도 관심을 기울여서 후속보도를 했으면 한다.

미 신용등급 강등 여파 중국에 미쳐
한국도 안심할 상황 아니다


현문학 = 지난 두 달 동안 '재난한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수색하던 해병대원 사망,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 여러 사건이 잇따랐는데 진상규명의 가닥도 잡지 못하고 대책 마련도 되지 않고 그야말로 재난이다.

그 외에도 LH부실아파트 사태도 현재 진행형인데 LH 자체가 안전불감증 조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내일신문이 철저하게 취재했으면 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는데 재정남발이나 정치권 분열, 경제전망 불투명 등을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다. 이 파장으로 결국엔 약한 고리가 당하게 됐다. 중국이 그래서 당하고 있는 거다. 비구이위안이라는 회사가 헝다보다 4배 크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GDP의 25%를 책임지는 부동산 부문의 핵심 건설업체다. 중국 내에서 독보적인 일등 업체다. 그런 회사가 디폴트가 난 거다.

중요한 건 한국이 어떻게 할 거냐인데, 우리나라를 중국 사촌쯤으로 보고 비슷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하는데 우리에겐 그런 일이 없겠지 하고 안심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1997년 위기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써줬으면 한다.

고금리시대는 부실기업을 정리하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영업이익으로든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이 많다고 하는데 이들이 어떻게 하면 디레버리징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기사를 발굴하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1~2년 동안 고금리 시대에 관리를 잘 못하면 경제가 일본처럼 추락할 수 있다.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구조조정 등을 하면 위기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 긴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니 후유증 관리를 어떻게 할지 살펴야 한다.

7월 27일자에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일몰 연장이 안 되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기사를 썼는데 잘 읽었다. 일 안하는 국회가 사건 터져야 부랴부랴 법을 통과시킨다는 지적을 담은 기사도 유익하다.

개인일탈·조현병 취급으로 끝내
깊이있는 분석기사 아쉽다


이현숙 = '미 청소년들에게 닥친 사이버 괴롭힘' 기사 잘 읽었다. 우리나라도 SNS 등을 통해 사이버 괴롭힘이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참고가능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아동안전 사회 실현을 위한 단상' 신문로 칼럼도 잘 읽었다. 출생통보제, 청소년 부모에 대한 양육 지원, 해외 입양 문제를 잘 정리하고 있었다.

'묻지마 범죄'는 사회적 문제라고 본다. 외국에선 이런 범죄를 계속 분석하고 재발 대책을 세운다고 하는데 한국에선 개인의 일탈이나 조현병으로 인한 걸로 취급하고 끝나버리는 게 많다.

또 최근에 '살인예고' 글이 많이 올라와서 문제가 됐는데, 왜 청소년들이 '살인예고' 글을 올리는지 정신질환은 왜 많이 발생하는지 입체적으로 다뤄줬으면 한다.

서이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에서 교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사가 나온다. 주호민 사건의 경우엔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어려움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은 간과된다.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다. 교육이나 훈육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법적 절차로 가버려 중간과정이 없다. 학생, 학부모, 교원들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규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빨리 교원을 직위해제하는 게 좋을 수 있지만 어떤 사안은 거기까지 안 가도 될 텐데 정립된 기준이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사건이 터지면 입체적으로 숙고하지 않는 보도가 많이 나온다.

한국에도 '무학과' 대학 트렌드
해외 사례 비교해보길


이해성 = 8월 7일자 '미 연구소 핵융합점화 성공' 기사. 이 연구소가 작년 12월에 최초로 핵융합점화에 성공한 것은 여러 언론에 났는데 재성공을 다룬 기사는 보지 못했다.

이 연구소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의 연구들은 토카막이라는 장비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획기적으로 발상을 바꿔서 레이저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그럼 왜 미국에서만 했나 보니 다른 나라들의 레이저를 이용한 물리학 연구 수준이 미국과 차이난다고 들었다. 이 연구소도 이번에 재현하기까지 꽤 실패가 많았다고 들었지만 7개월 만에 재현에 성공했으니 만약 주기가 줄어든다면 어마어마한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재현에 성공한 것을 기사로 내면서 이 연구소의 방식이 색다르다는 점을 짚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8월 9일 '무학과'로 뽑는 대학이 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미국 대학들은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라고 하는 '무학과' 대학이 많은 편이다. 스워스모어 칼리지, 포틀랜드에 있는 위드칼리지, 웨슬리대학이 유명한데 최고의 명문대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이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기사를 좀 더 살펴봤는데 그런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지향점은 리버럴 아츠와 테크놀로지의 교차점에 존재한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번역하기를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이라고 했다. 왜 리버럴 아츠를 인문학이라고 번역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인문학은 리버럴 아츠가 아니라 휴머니티즈라고 한다.

리버럴 아츠는 인문학보다는 오히려 과학에 가깝다. 향후에 '무학과' 대학과 관련한 기사를 쓸 일이 있다면 미국의 리버럴 아츠 칼리지와 한국의 '무학과' 대학을 비교하는 기사를 쓰면 재미있는 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8월 독자권익위원회
위원장 정세용(전 내일신문 주필)
위원
문찬석(법률사무소 선능 대표변호사)
이해성(내일이비즈 부사장·CTO)
이현숙(탁틴내일 상임대표)
임성진(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현문학(한국생애설계협회 홍보이사)

내부 참가자
이선우 편집국장
김기수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