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기술진흥원 | 기술농업으로 미래 먹거리시장 연다

냉동컨테이너의 화려한 변신, 도심속 표고버섯 스마트팜

2023-09-07 11:44:07 게재

40피트 한동에서 매달 300만원씩 … 부산 용호동 별빛공원내 스마트팜 단지 '큐브팜'

도시농사꾼 전정욱 대표 "미래먹거리 생산에 장애인·노인 참여하는 농업모델 만들 것"

냉동컨테이너에 있는 배지(식물 재배를 위한 영양물질) 1000개에서 표고버섯이 막 둥지를 틀었다. 컨테이너 안은 한여름 부산 바닷가의 습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온도 5~10도를 유지하고 있다. 40피트(12m×2.5m)짜리 냉동컨테이너에서 한달에 한번 표고버섯 250㎏을 수확한다.

부산 남구 용호동 별빛공원에 조성된 도시농사꾼의 냉동컨테이너 스마트팜인 '큐브팜'. 오른쪽으로 광안대교와 수영만 마린시티가 펼쳐져 밤에는 별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별빛공원이라고 이름 붙였다. 사진 도시농사꾼 제공


농업회사법인 '도시농사꾼'의 전정욱 대표는 냉동컨테이너를 활용한 스마트팜 단지 '큐브팜'을 부산 남구 용호동 별빛공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저온시설에 가장 적합한 생 표고버섯을 재배하는데 성공해 '은화고'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은화고는 부산지역 대표 할인매장인 탑마트에 납품되고 있다.

전 대표는 "표고버섯은 주로 반그늘이 지는 숲 속에서 참나무에 종균을 접종해 재배하는데 온도와 습도, 밝기 등을 맞추기가 어려워 품질 좋은 표고버섯을 생산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냉동 컨테이너에서는 인공지능 스마트팜 형식으로 표고버섯이 성장단계별로 가장 좋은 조건인 온도는 4∼15℃, 습도 70%, 150~180룩스의 빛을 자동으로 맞춰 고품질의 표고버섯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재배된 은화고는 저온에서 자라 대가 굵고 은은한 송이 향이 나는 것이 특징으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무농약 인증과 농산물 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았다.

도시농사꾼이 주목받는 이유는 냉동컨테이너를 활용한 농업기술에 있다. 전 대표는 "일반 컨테이너는 단열 공사를 해도 녹이 슬고 효율이 낮지만, 냉동컨테이너는 내·외장재가 스텐레스 스틸이어서 녹이 슬지 않는다. 자체 단열공사가 필요없는 1등급이다. 해운회사에서는 10년 넘으면 회계상 매각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중고로 사들여서 스마트팜으로 개조하기 편리하다"고 말했다.

전정욱 도시농사꾼 대표가 큐브팜 내에 있는 엽채류 냉동컨테이너 재배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농진원 제공


냉동컨테이너 재배 품목을 표고버섯으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20일 만에 수확이 가능해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배지 1000개에 종균을 넣으면 20일 후 수확하고 다시 종균을 넣는데 한달 걸린다. 냉동컨테이너에서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 모든 작물이 가능하지만 수확하는 기간이 길어 매달 일정한 소득이 발생하는 표고버섯이 농가경영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표고버섯은 냉동컨테이너 한동에서 1회(약 20일)에 250㎏ 정도 수확하는데 운영·유통비용 등을 계산하면 한번에 300만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전기료는 월 10만원 수준이다. 냉동컨테이너 한동 설치비 4500만원을 계산하면 투자금을 조기에 만회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초기 유통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도시농사꾼이 생산량의 절반을 매수해준다.

냉동컨테이너에서 자라고 있는 표고버섯.

전 대표는 "처음 표고버섯 스마트팜을 하는 분들께는 절반 정도 매수하고 나머지는 직접 판매망을 만들어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며 "대부분 유통에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안정적인 통로를 만들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농사꾼 법인은 지난해 매출 26억원을 달성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다.

이중 30~40%는 유통매출이고, 60% 정도는 제조 매출이다. 직접 생산해 유통하는 것보다 냉동컨테이너를 제작해 설치해주는 일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상하목장 스마트팜 단지에 냉동컨테이너 3개동을 납품했다.

20일 만에 수확한 생 표고버섯.

최근들어 냉동컨테이너 스마트팜을 문의하는 예비 농사꾼이 늘어난 것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도시농사꾼은 활로를 찾던 중 농업기술진흥원 '벤처육성기업 프로그램'에 선정돼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전 대표는 "2020년 농진원 벤처육성기업에 들어가서 효과를 많이 봤다"며 "홍보와 마케팅이 연결되면서 소문이 금방 퍼졌고 지자체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다"고 말했다. 도시농사꾼은 2022년 2분기 '이달의 A-벤처스'로 선정됐다.

안호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은 "냉동 컨테이너를 활용한 도시형 컨테이너 스마트팜은 도시농업에서 꿈을 펼치려는 젊은이나 고령자 창업 소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지원 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사꾼의 표고버섯 브랜드 상품 은화고.


도시농사꾼은 스마트팜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냉동컨테이너 설치와 운영을 컨설팅해주고 있다. 부산과학기술대에도 산학협력을 통해 스마트도시농어복지과를 만들어 실습단지 3개동에 냉동컨테이너를 설치했다.

울산 울주군과도 협력사업이 진행 중이다. 울주군이 스마트팜 보급사업에 나섰는데 울주군에 땅이 있거나 땅을 임대한 사람에게 1억원을 지원한다. 자부담 1억원을 내면 냉동창고 5개동 2억원짜리를 지어준다.

전 대표는 스마트팜보다 식재료 연구와 음식구성에 관심이 높았다. 푸드스타일리스트과를 나와 좀 더 다양한 식재료를 조사하러 유럽에 갔다가 현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 판매하는 방식을 보고 스마트팜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국내에서 생산성 높은 농업시스템을 찾다 냉동컨테이너 표고버섯 재배에 눈을 돌려 도심형 스마트팜을 시작하게 됐다.

냉동컨테이너 스마트팜은 부산 남구 용호동 별빛공원 내에 있다. 부산 남구청과 부산항만공사가 공원을 조성해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다.

전 대표는 부산지역에서 유명한 도시농사꾼이 됐다. 앞으로 사회공헌과 투자유치 등 해야할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전 대표는 특히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식재료를 가지고 자신의 본업인 '레시피 개발'을 해보려고 한다.

전 대표는 도시농사에서 사회적 역할도 강조했다. 전 대표는 "스마트팜이어서 여성이고 노인 장애인들이 일하기 편리하다. 우리도 장애인 2명이 정직원이다. 조금더 그사람들이 잘할 수 있도록 설비와 기술을 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사꾼이 꿈꾸는 미래는 냉동컨테이너를 활용한 실버팜 단지다. 컨테이너로 요양단지를 크게 만들어 방에서 생활하면서 은화고나 동충하초를 키우며 살 수 있는 단지를 만드는 것이다.

전 대표는 "좋은 거 먹고 힐링하고, 장애인과 노인들도 작물을 재배하면서 서로 힐링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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