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 '업비트' 독주 … 점유율 93.85%

2023-09-19 10:43:21 게재

2위 빗썸 5.57% … 격차 갈수록 커져

코인원·코빗·고팍스 1%대 아래로

국내 가상자산(코인)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1위 코인거래소인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이 93.8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0%대에서 올해 하반기 90% 이상으로 상승해 업계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17일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업비트의 일일 거래규모는 3조323억원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은 93.85%에 달했다.

지난해 12월말 71%였던 점유율이 22%p 이상 상승한 것이다. 당시 6700억원이던 일일거래규모는 올해 6월말 4조4588억원으로 증가한 후 이달 17일 3조323억원으로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인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올린 업비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05%에 그쳤지만 올해 6월말 9.37%, 이달 17일 기준 36.6%로 상승했다.

업비트의 독주 체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국내 코인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나머지 4개 거래소의 시장점유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말 시장점유율 24.39%를 기록했던 2위 거래소 빗썸은 올해 6월말 8.60%로 비중이 줄었고 이달 17일 5.57%로 낮아졌다. 업비트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3위 코인원과 4위 코빗, 5위 고팍스는 1%대 이하로 점유율이 줄었다. 코인원은 지난해말 점유율 4.3%를 기록했지만 올해 6월말 2.0%, 이달 17일 기준 0.5%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코빗과 고팍스는 지난해말 0.1%대였지만 이달 17일 0.06~0.07%대로 떨어졌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업비트의 독점 구조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시장이 위축되면서 1위 업체로 거래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915억원과 2985억원으로 나타났다. 빗썸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27억원, 128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3위 코인원은 8억778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분기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코빗과 고팍스도 손실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코빗은 502억원, 고팍스는 90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업비트의 1강 독주 체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 코인 업계에서는 독점적 시장지배자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이 같은 구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세계 1위 코인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고팍스 운영사인 스트리미의 최대주주로 등장했지만 국내 시장 진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바이낸스가 미국 법무부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입장이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러시아 고객이 루블화를 코인으로 바꾸고, 코인을 달러로 환전할 수 있도록 금융거래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팍스는 올해 3월 등기임원 변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수리하지 않고 심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고팍스는 이후 대표 이사를 세 차례 변경하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당국의 수리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원화마켓 시장의 신규 사업자의 진입도 불투명하다. 당국은 원화마켓 거래소를 더 늘리는데 있어서 소극적인 입장이다. 코인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코인거래 독점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며 "시장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고, 그 전까지는 업비트의 독주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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