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채비율' 외환위기 때보다 높다

2023-09-26 11:22:36 게재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비율 124.1%

상장사 실적 반토막, 경기전망도 부정적

한은 "금융시스템 대응여력 저하 초래"

경기 침체에 따른 대출 증가로 기업의 부채비율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고 실적도 악화되고 있어서 부실 확산에 따른 금융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24.1%로 외환위기(113.6%)와 글로벌 금융위기(99.6%) 보다 높았다. 2019년 3분기(100.5%) 100%를 넘어선 뒤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체됐던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비율은 2018년 이후 시설·운전자금 수요 증가를 비롯해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확대 노력,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 기업신용(대출·채권·정부융자) 규모는 2705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올해 들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2019년 2분기 1894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811조6000억원 급증한 것이다.

기업부도예측 모형(Altman K-Score)으로 국내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부도위험기업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17.3%로 전년 동기 대비 1.7%p 상승했다.

한은은 "가계 및 기업의 늘어난 채무상환부담은 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와 금융시스템의 대응여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고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과 수익이 늘어야 하지만 올해 상반기 상장사들의 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연결기준 615개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53조10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45% 감소했다. 순이익은 37조6886억원으로 57.94%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112개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5조582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1%, 순이익은 4조1313억원으로 41.4% 줄었다.

향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실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전망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인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금융업 제외) 중 374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BSI 전망치는 90.6을 기록했다.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 전망이 긍정적이며,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다. 90.6은 9월(96.9)에 비해 6.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21년 8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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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고성수 백만호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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