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범죄예방 교육 요청 이어지는데

SPO(학교전담경찰관) 1인당 10개 학교·5800명 담당

2023-12-01 11:17:59 게재

교육현장 "제복 입은 경찰관"요구

지난달 초 서울시내의 한 초등학교 교실. 서울 성북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 최종환 경위와 변채희 경장이 범죄예방 교육을 하기 위해 들어서자 조용해 졌다. 자유롭던 앞 시간과 달리, 조용해진 교실 분위기가 읽혔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살짝 긴장감이 돌았다.

최 경위와 변 경장은 마약과 인터넷도박의 폐해를 알려주는 범죄예방 영상을 보여주면서 교육을 시작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허위 신고에 대해 "장난 전화는 큰 범죄이고 거짓 신고로 다른 범죄 처리에 경찰이 출동하지 못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진행된 학교폭력 예방 교육 모습. 사진 이의종


강남 '마약음료' 사건과 인터넷 도박, 허위 신고 등이 이어지자 학교에서는 관할 경찰서에 학교폭력과 범죄예방 교육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SPO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형편이다.

1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1708회(42만5000명)의 범죄예방 교육이 이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횟수로는 18%, 수강 학생수는 86% 증가했다. 올 2학기가 시작되자 서울경찰청과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는 청소년 범죄예방 집중 예방활동에 나선바 있다. 청소년들의 생활과 문화, 범죄 동향에 따라 아예 새로운 교육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1인당 평균 5800명 담당 = 현재 서울경찰청 소속 SPO는 134명으로 학교 1407개(학생 78만명)을 담당하고 있다. 1인당 평균 10.5개교, 5800명 수준이다.

1년 중 190일을 수업일수로 환산하면 매일 30명씩 교육을 해야 한바퀴가 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절도 등 사건이 발생하면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원하기도 한다. 일선교사들은 학급 단위로, 사안별로 수시 강의를 요구한다. 1회성 교육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전교생 상대 방송 강의를 요구하는 학교들이 있지만 SPO나 학생지도 담당 교수들은 효율성 문제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나 학교들의 교육 요구에 인력 사정상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교 폭력 외에 범죄예방, 교권침해 등 일선학교에서 다양한 요청이 늘어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교육은 외주' 여론도 = 일각에서는 SPO는 학교폭력 사건 조사나 피해자 보호 등에 집중하고 교육은 전문상담교사나 변호사, 전문단체, 퇴직경찰 등에게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교사들이 이를 반대한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제복효과' 때문에라도 정복을 입은 현직 경찰관을 선호한다. 현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등에는 SPO에게 학교폭력 예방활동 및 학교폭력 단체에 대한 정보 수집, 결성예방 및 해체,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 선도 등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날 교육을 요청한 초등학교 학급 담임선생도 "교사에 의한 범죄예방 교육은 한계가 많다"면서 "법을 다루고 범인을 잡는 경찰관이 제복을 입고 오면 시선을 집중하고 경청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SPO는 기본적으로 학교·학생 전문이고 오랜 기간 학생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해 학생들과의 친밀도는 교사 못지 않다"면서 "서로 어려운 사정은 알지만 학생들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경찰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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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철 오승완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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