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 캠페인 전문가좌담회
"선두 시민그룹 빨리, 많이 만들수록 에너지효율 속도 빨라져"
생활편의 등으로 가정용 에너지소비 늘어날 것
에너지 효율 높이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 논의
내일신문은 생활속 탄소중립 실천방안을 찾기 위해 '에너지브런치' 교육행사를 개최했다.
직접 주민들을 찾아 가는 방식으로 아파트단지 내에서 진행된 교육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힐스테이트아파트 주민을 비롯 약 200여명이 참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행사 지원했다. 이들은 전기·가스요금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나누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도 공유했다.
내일신문은 에너지브런치 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12일 본사 회의실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에너지절약 주민참여, 어떻게 실현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표희수 내일신문 ESG부문 본부장이 사회를 맡았다.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공동대표, 김진호 한국에너지공단 녹색건축센터장, 전희연 에너넷 대표(가나다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에너지효율이 탄소중립 기본과제
김진호: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현황은 대략 산업 60% 수송 22% 상업·공공 9% 가정 9%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산업구조가 바뀌어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지면서 가정의 에너지소비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은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TV 크기가 커지고 건조기 등 예전에 없던 가전제품을 쓰게 되는 등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가정용 전기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또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이 발전하면서 전기소비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좀 더 효율이 높은 전자제품을 쓰거나 구체적으로 절약 가능한 부분을 찾아 합리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재민 : 에너지사업에 직접 참여해본 사람은 에너지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다. 미니 태양광발전소를 베란다에 설치한 가정은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며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심을 갖게 되고 집 주변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될 때 크게 반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좀 더 앞선 생각을 갖고 실천으로 옮기는 선두 시민그룹이 얼마나 많이 빠르게 나오느냐가 탄소중립 정책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이 될 것이다.
김진호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신재생에너지 확대도 중요하지만 에너지효율 향상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탄소저감 비율이 재생에너지 35%,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14%인 반면 에너지효율 향상은 40%에 이른다.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총생산량(GDP)이 증가해도 에너지효율을 높여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GDP가 증가하면서 에너지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전희연 : 한 번에 주민 30명을 교육해 전기 1%만 절약한다 해도 1%×30가구가 되며 파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기밥솥 보온기능을 오래 쓰지 않고, 여름이 지나면 에어컨 차단기를 내리는 생활습관의 변화가 전기요금에서 얼마나 반영되는지 각 가정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면 효과는 더 커진다.
■전기요금 인상, 어떻게 대처할까
김재민 :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와 가스요금이 폭등했다. 정책 실패가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 역시 전기요금을 언제 얼마만큼 올리느냐가 주된 관심사다. 대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2월에도 가격을 인상했지만 전체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친다.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각 가정은 즉각 반응해 에너지절약 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하는 등 공용공간 관리비를 줄이는 등 다양한 접근법이 생겨날 수 있다.
김진호 : 저렴한 전기요금은 기업 입장에선 원가를 낮춰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요인이다. 반대로 원가보다 낮은 요금체계는 다른 국가와 보조금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기업에게는 다양한 에너지효율·절약수단이 있는데, 요금이 저렴하면 이러한 노력을 모두 시도하지 않는다. 기본사항만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기업은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방향을 실천해 부담을 줄이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사용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한다.
■에너지절약 개별 컨설팅은 개인정보 보호와 상충될 수 있어
전희연 : 에너지브런치 교육에서 스마트 계량기인 AMI 계량기를 소개하자 주민들은 매우 높은 관심을 보였다. AMI 계량기는 소비자가 15분 단위로 전력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에너지 쌍방향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시간과 적은 시간에 따라 유연한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AMI 계량기를 설치한 가정은 아닌 가정에 비해 평균 15%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보이고 있다.
경상남도는 오래된 전력계량기를 AMI 계량기로 무상 교체하고 있으며 경남 수요관리(DR)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경남DR은 소비자에게 전기를 줄여달라고 요청하면 소비자가 전기 소비를 줄이고 이에 따른 보상을 얻는 제도로 평균 주 1회 정도 실시하고 있다.
김진호 : 같은 평수의 평균 사용량과 우리 집 사용량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서 비교해보는 사업을 정부가 2014년부터 실시했다. 사업결과 평균 2.3% 에너지 절감 효과가 일어났다. (실제 가구당 체감효과는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단순 정보 공유만으로도 에너지 사용패턴이 변화했다. 다만 우리 집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가족 수가 많아서인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아니면 정말 가전제품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해서인지' 원인을 진단받지는 못한다. 현재로서는 진단을 위한 시스템 설치비용이 전기요금 절감 비용보다 더 많이 든다.
김재민 : 개인의 시간별 전력소비량을 진단하는 것이 에너지절약에 도움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부딪힐 수 있다. 언제 전기밥솥을 쓰고 온수를 썼는지 등은 개인의 내밀한 정보가 될 수 있으며 이런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인 에너지사용 정보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개인정보 보호의 무게가 더 크다. 유럽에서도 개인정보 보호규정(GDPR) 때문에 개별 컨설팅 기술이 진행되지 못하고 벽에 부딪쳤다.
전희연 : 개인의 전기 사용 패턴을 MBTI(심리유형검사)처럼 분류해서 보여주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기후 위기 의식형, 작은 습관 실천형 등 개인별 다양한 유형이 나올 수 있다.
■몰라서 받지 못한 인센티브 꿀팁
김진호 : 개인과 가정의 에너지절약은 계도성격이 강하며 주로 냉방과 난방에 집중돼 있다. 에너지절약 제도의 경우 국토교통부는 운송부문, 환경부는 온실가스 분야, 산업통상자원부는 고효율가전제품 구매비용 지원 등 부처별로 특색을 살리고 있다. 절약한 만큼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많다.
전희연 :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에코마일리지는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 에너지를 절약한 정도에 따라 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승용차 에코마일리지도 주행거리를 감축했거나 서울시 연평균 주행거리 이하로 운행했다면 받을 수 있다.
전자영수증 발급, 텀블러 이용, 일회용컵 반환, 친환경제품 구매 등 친환경 활동 이용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탄소중립포인트도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에너지캐시백은 전년 같은 달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해 절약한 금액을 일부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전력에서 나온 파워플래너 앱을 이용하면 실시간 전기요금을 예측해 알려주고 누진세 구간인지도 간편하게 알 수 있다. 파워플래너 앱이 많이 보급될수록 에너지절약을 향한 관심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민 :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정부와 제조업체가 기술개발로 극복해야 한다. 고효율 가전제품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소비자들은 에너지절약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지만 그동안 교육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여러 아파트에서 강연하며 느꼈다. 환경보호와 에너지절감에 도움이 되며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오는 윈윈 방안을 더 많이 발굴해야 한다.
이재호 기자 ·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