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당 총선 공천 중 이태원·쌍특검 '재의결' 추진

2024-01-31 11:06:32 게재

총선 전 마지막 본회의 2월29일에 처리할 가능성 높아

무기명 투표·공천·국민여론 등 다양한 변수 작용 예상

선거법도 상정 … "민주당, 김 여사보다 민생 집중해야"

총선 전 마지막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 29일에 이태원참사 특별법뿐만 아니라 쌍특검(김건희·대장동 특검) 재의결과 선거법까지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는 최적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쌍특검의 경우엔 재의결할 경우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데다 여당이 공천을 마무리하고 경선에 들어가 있는 시점이라는 점과 국민 여론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재의결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제와 선거구 획정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도 같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생과 거리가 있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내용을 과도하게 전면에 내세울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조절이나 무게중심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만난 홍익표 원내대표 |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과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29일이 2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로 알고 있고 총선 전에 따로 본회의를 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내 지도부에서 재의결을 위한 세밀하고 적합한 방식으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MBC라디오에서 "(이태원 특별법 재의결을) 2월 국회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것을 놓고 지금 고민하고 있다"며 "그런데 하게 되면 (쌍특검도) 같이 (처리)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 그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당내 협의를 거칠 생각"이라고 했다. 쌍특검이나 이태원특별법 재의결을 총선 뒤로 미루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2월 국회는 다음달 19일부터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초반에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함께 대정부 질문이 이어지고 상임위 법안 심사 후 29일에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가 예정돼 있다. 사무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29일 하루만 본회의가 예정돼 있어 추가로 본회의를 열기 어렵고 3월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본회의를 열기 어렵다는 점에서 29일에 재의결 안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선거법의 경우엔 2월까지 합의가 어렵다면 3월에도 열 수 있고 이럴 경우엔 원포인트로 본회의를 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부 '재의결'에 기대를 거는 시각이 있다. 의원들의 표결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통령실 주도의 공천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커질 경우엔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 컷오프된 의원이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의원들이 대거 부정적인 의견을 표결로 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리스크'를 차단해야 불리한 수도권 표심을 돌릴 수 있다는 국민의힘 내부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을 놓고 표심이 갈리면서 김건희 특별법만 재의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재의결 과정을 통해 '정권심판론'을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주가조작 등을 앞세워 '국민 자존심'을 자극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면서 '대장동 특검'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면서 '민생'의 중심에 있는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해 '민생을 외면하는 정부'로 프레임을 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과도하게 정쟁 중심으로 흐르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선국면으로 갈수록 윤석열정부 심판론으로 과도하게 흐를 경우 지지층 결집은 가능하겠지만 중도층 이탈이나 신당 확대 여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과도하게 김건희 여사를 정치쟁점화해 부각하면 국민들이 식상해하고 멀어질 수 있다"며 "민생을 앞세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내부가 과도하게 안일해 있다"면서 "내부에서 건전한 다른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다보니 역동성이 떨어지고 승리에 이미 도취된 듯한 모습으로 비쳐진다"고 했다. 이어 "의원들은 공천을 앞두고 있어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있겠지만 최고위원 등 지도부 내부에서라도 개혁과 혁신, 민생 전략 등을 위한 강도 높은 토론과 입장 표명 등이 나올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이 너무 조용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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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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