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사범 4배 늘었다

2024-02-16 13:00:43 게재

48명서 235명으로 껑충 … 중학교 1학년생 21명 검거

지난해 청소년 마약사범이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고생 연령대에서 식욕억제제 등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15일 서울경찰청과 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2023년 1년간 검거된 청소년 마약사범은 전년(2022년) 48명에서 235명으로 무려 4배(389.6%) 가까이 늘었다. 수사기관의 대대적 검거로 갑자기 늘어나기도 했지만 적지 않은 청소년이 마약류에 노출돼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마약범죄 암수율을 28.57%로 보고 있다. 암수율이란 범죄를 저질렀지만 검거·적발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를 고려하면 청소년 마약중독자는 6713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서울경찰청과 운동본부는 이중 2022년 8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7개월간 검거된 청소년 마약사범 249명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성별로 보면 여성 청소년이 73.9%(184명)로 남성 청소년 26.1%(6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별로는 17세(고1, 39명), 18세(고2, 55명), 19세(고3, 81명)로 연령이 높을 수록 마약사범이 많았다. 고교생 비율이 전체 70.3%(175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14세(중1)에서도 21명(8.4%)의 마약사범이 검거됐다.

청소년들이 접한 향정신성의약품(식욕억제제, 신경안정제 등) 비율이 84.7%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불법으로 판매되는 다이어트 약물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다른 마약류에 비해 향정신성의약품은 죄의식이 적고 위험성이 낮다는 잘못된 정보로 청소년들의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으로는 대마류(14.5%)나 마약류(0.8%)로 나타나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지난해 말 서울경찰청이 발표한 청소년 도박사범 현황과 상반된다.

서울경찰청이 도박사범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성별은 남성(92.1%, 35명), 연령은 중3(16세)~고1(17세)에 58%가 집중돼 있다.

같은 중독이지만 마약·도박에서 연령, 성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2022년부터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검거한 마약중독 청소년 중 46명을 운동본부로 연계해 치료·상담을 해왔다. 다만 실제 상담 및 치료에 참여한 청소년은 17명에 불과했다. 부모나 본인이 거부한 경우, 서울에 살지 않아 물리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 소년원 등 시설에 입소한 경우도 있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재범이 없었다”며 “중독청소년의 치료 프로그램 참여율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결과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중독범죄와 관련된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예방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지역 학교전담경찰관(SPO)은 133명으로 1인당 10.5개교를 담당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SPO 전원에게 연간 5차례씩 마약관련 전문교육을 운동본부에서 받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 중학생인 경우 도박 예방교육을, 여자 고교생에게는 마약 에방활동을 집중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현재 마약 치유프로그램을 확대하기 위해 권역별로 운동본부의 출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 마약사범이 적발될 경우 경찰이 입건 초기 단계에서 치료·상담 등 운동본부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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