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투자·자본소득 최대…"수출대국서 투자대국으로"

2024-02-28 13:00:12 게재

본원소득수지 316억달러 흑자 … 상품수지 흑자 육박

대외 금융자산 2조3천억달러 … 배당·이자소득 원천

일본, 자본수지 2300억달러·무역적자 딛고 경상흑자

지난해 기업과 가계가 해외에 투자한 자본과 이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모두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기업이 해외에서 공장과 영업망을 확대하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가계도 꾸준히 해외투자를 늘려가면서 배당 및 이자 등의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10년간 대외자산 꾸준히 증가 추세 =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3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과 가계 및 정부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2조2871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대외금융자산은 2021년 2조2249억달러로 최고 수준을 보였지만 2022년(2조1687억달러) 562억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다시 전년 대비 1184억달러 늘어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금융자산 중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직접투자는 6820억달러로 2022년(6476억달러)보다 345억달러 늘었다. 한은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기업의 해외공장 증설투자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투자(8573억달러)도 전년(7399억달러)보다 1174억달러 증가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국내 거주자의 지분증권 및 부채성 증권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박성곤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지난해 대외금융자산 가운데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는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해 가지고 있는 대외금융부채는 1조5072억달러로 전년(1조3974억달러)보다 1099억달러 증가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치였던 2021년(1조5396억달러)에 비해서는 소폭 감소했다. 대외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도 7799억달러로 전년(7713억달러) 대비 85억달러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대외자산은 10년 전까지 부채를 밑돌았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2013년까지 부채(1조21억달러)가 자산(9617억달러)를 웃돌았지만, 2014년 처음으로 자산(1조7266억달러)이 부채(9918억달러)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자산이 부채를 웃돌았고, 순자산 규모도 갈수록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기준 6820억달러로 10년 전인 2013년(2388억달러)에 비해 세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품수지와 투자수지 역전 현상 = 한은이 지난 7일 발표한 ‘2023년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본원소득수지는 316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204억달러)보다 55.3% 증가했다. 지난해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는 2011년(54억달러)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상품수지 흑자(341억달러)와도 맞먹는 규모이다. 2022년 사상 처음으로 본원소득수지 흑자(204억달러)가 상품수지 흑자(156억달러)를 넘어섰다 1년 만에 재역전됐지만 자본투자에 따른 소득의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직접투자에 의한 흑자(216억달러)가 증권투자 흑자(56억달러) 규모를 크게 앞섰다. 기업이 해외에서 직접 또는 간접 지분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배당수익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현지에서 세금을 내면 국내로 송금할 때 과세하지 않는 것으로 법인세제를 바꾼 것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로 들여오면 기업은 추가적인 환차익이 발생해 배당수지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국내에 설비투자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해외법인의 배당소득을 국내로 송금하면서 흑자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품수지가 2015년(1203억달러) 사상 최고를 보인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자본수지는 2011년(54억달러)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여서 향후 추이도 관심이다. 이창민 한국외국어대 융합일본학부 교수는 “일본과 같이 국내 기업도 그동안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투자를 확대해왔다”며 “기업이든 가계든 자본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돈이 흐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대외금융자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자본소득수지가 전체 경상수지 흑자를 이끌면서 투자대국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20조6295억엔(약 1378억달러) 흑자로 전년 대비 92.5% 증가했다. 상품의 수출입에 따른 무역수지는 6조6290억엔(약 443억달러) 적자를 보였지만, 이자와 배당 등 제1차소득수지가 전년 대비 0.3% 늘어난 34조5573억엔(약 2309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기업의 직접투자수지는 전년 대비 8.2% 늘어난 20조6033억엔(약 137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증권투자수지도 전년보다 17.5% 증가한 12조953억엔(808억달러) 흑자를 보였다. 일본언론은 일본의 유력 상사기업들이 해외 광산투자 등으로 얻은 수익이 국내로 유입된 것과 엔저에 따른 환차익 등도 자본소득수지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본의 막대한 대외자본수지 흑자는 해외에 투자한 자본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만 약 3조2000억달러에 달해 32년 연속 세계 1위를 보이고 있다.

이 교수는 “대외 무역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기 때문에 우리도 장기적으로 수출대국에서 투자대국으로 가야한다”며 “산업고도화를 통해 최첨단산업은 국내에 투자하되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산업은 밖으로 나가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기업이 밖으로 나가면 국내 일자리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며 “고용보다 임금조정을 통해 컨센서스 이뤄온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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