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로 민간소비에 직격탄

2024-02-29 13:00:01 게재

“이자 갚고, 이자 받느라” … 예금 늘리고 대출은 상환

"소비의 기간간 대체 효과” … 30~40세대가 타격 커

고물가와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직접적 원인과 함께 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특히 부채가 더 많은 채무자의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감소 뿐만 아니라, 고금리로 더 많은 이자소득을 얻기 위해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가 감소하는 효과도 적지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리상승과 소비’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상승 이후 은행권 예금을 비롯한 ‘이자부 자산’이 ‘이자부 부채’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집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이자부 자산/부채 비율은 0.98 수준으로 부채가 더 많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1.09로 자산이 더 많다. 같은 기간 예금은 늘리고, 대출은 줄여나갔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은 통계에 따르면, 가계의 은행권 원화예금은 2021년 4분기 787조8000억원에서 2023년 3분기 말 913조9000억원으로 126조1000억원(16.0%) 이상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910조1000억원에서 904조5000억원으로 5조6000억원(0.5%)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보고서는 “금리가 오를 때 정기예금 금리가 높아진 가계는 전보다 더 많은 이자수익을 올리지만, 대출금리가 높아진 가계는 더 많은 이자비용을 부담한다”며 “가계 저축률도 과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이러한 가계의 선택은 금리상승에 따른 ‘소비의 기간간 대체’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소비의 ‘기간간 대체’는 금리가 오르면 가계가 높아진 예금 및 대출금리에 따라 저축(미래의 소비)을 늘리고,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선택을 말한다.

한은은 그러면서 금리상승에 따른 저축과 소비의 관계 등을 분석하기 위해 △금리상승 손해층 △취약층 △금리상승 이득층으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소비수준을 가장 많이 줄인 집단이 ‘금리상승 손해층’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한은은 “금리상승 손해층의 소비부진이 이득층의 소비개선을 압도했다”며 “금리상승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가 더 확대됐다”고 했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금리가 1%p 상승할 경우 소비둔화는 약 0.32%p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또 금리상승에 의한 손해층이 연령대별로 30~40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추정했다. 이에 비해 금리상승 이득층은 60대 이상에 많았다.

한은은 “소비의 기간간대체는 임금둔화 및 고물가 등 다른 요인과 함께 민간소비 부진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내 가계부채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 가계가 체감하는 금리상승폭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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