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회에 제약사 직원 동원령 의혹 제기

2024-03-03 11:43:36 게재

경찰 “의료법 위반 검토 중”

의협 “가짜 게시물 많아 주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총궐기 대회에 제약사 직원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출처 불명의 글이 인터넷상에 떠돌아 경찰이 위법 여부 검토에 나섰다.

3일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블라인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의사들이 업무 관계에서 ‘을’의 위치인 제약회사 영업사원 등을 대상으로 집회 참석을 강요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가 영업하는 내과 원장이 의사 총궐기에 제약회사 영맨 필참이라고 해서 내일 파업 참여한다’는 내용과 함께 파업 참여 설문조사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해당 글은 글쓴이가 직접 작성한 글이 아닌 다른 글을 옮겨온 캡처 화면이다. 캡처 화면에는 글쓴이의 직업이 나와 있지 않다. 윗글을 캡처해 블라인드에 올린 작성자는 직업군이 약사로 돼 있다.

전국서 의사 운집…서울로 떠나는 대전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가 3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여는 가운데, 이날 오전 대전의사협회 관계자들과 대전지역 의대생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집회 현장으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경찰은 의사들의 총궐기를 하루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위법 여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업무상 ‘을’의 위치인 제약회사 직원에게 ‘갑’인 의사들이 집회 참여를 요구했다면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형법상 강요죄와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는 아니지만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면밀히 협의 중”이라며 “사실관계 확인 후 명백한 불법 행위가 확인되거나 고소·고발 등 수사 단서가 있으면 즉시 수사에 착수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 등은 동원령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커뮤니티에 가짜 게시물이 너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등에는 ‘내시경 온 복지부 공무원에게 복수했다’, ‘공무원 가족은 제대로 치료가 안 되게 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해당 글은 의사 전용 커뮤니티에서 작성된 것으로 소개됐으나 의협 조사 결과 조작된 가짜 글인 것으로 판명됐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최근 각종 SNS와 의사 커뮤니티에서 본인이 의사라고 자칭하며 환자, 공무원 등 국민들을 상대로 악의적인 행동을 한 것을 마치 영웅담인 듯 말하고 있는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명백히 조작된 글이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장세풍, 오승완, 박광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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