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비난 무색…금융업 GDP 성장세 ‘제로’

2024-03-06 13:00:02 게재

지난해 전년대비 0.1% 성장 … 카드대란후 최저

전산업 1.4%, 제조업 1.0%, 서비스업 2.1% 밑돌아

“예대마진 줄면서 금융회사 부가가치 정체했기 때문”

지난해 금융·보험업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사실상 정체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대 초반 대규모 카드사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기업 및 가계부채는 늘었지만 금융회사의 예대마진이 줄어들면서 부가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3년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보험업 실질GDP 생산액은 123조7700억원으로 전년도(123조6100억원)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산업 실질GDP 성장률(1.4%)과 제조업(1.0%), 서비스업(2.1%) 등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서비스업 안에서도 운수(12.1%) 부동산(0.8%), 정보통신(0.7%) 등 대부분의 업종이 금융보험업을 웃돌았다. 다만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1.6%)은 전년 대비 후퇴했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20년간 금융·보험업이 국내 실질GDP 성장률에 비해 빠르게 성장한 것과도 대비된다. 지난해 이 업종의 성장률은 대규모 카드대란으로 2003년(-0.6%)과 2004년(-0.3%)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이후 19년 만에 가장 낮다.

특히 2003년 47조5500억원 수준이던 금융·보험업종 실질GDP가 20년 만인 지난해 160.3% 증가면서, 같은기간 전체 실질GDP 증가폭(89.6%)을 크게 웃도는 것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2266조4700억원)과 비은행금융기관(1298조1000억원)의 자산에 해당하는 총대출금은 3564조5700억원으로 전년도(3429조5700억원)에 비해 3.9% 증가했다. 금융기관 부채에 해당하는 예금 등 총수신도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따라서 금융업종의 외형적인 성장세는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GDP 증가율(3.4%)에 대체로 부합했다.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 금융업의 실질 생산성이 정체한 데는 예대금리차가 그만큼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융업 GDP산출은 금융회사 이익과 바로 연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금융권 여수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자산과 부채는 늘었지만, 예대마진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부가가치는 전년도보다 하락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KB국민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예대금리차는 0.47%p로 전년도 12월 말(0.98%p)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편 이러한 은행권의 급격한 예대금리차 축소는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업의 예대마진 축소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후 금융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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