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민추천 될라, 벌써부터 우려

2024-03-06 13:00:04 게재

국민의힘, 강남갑 등 5곳에 국민추천제 공천

막판 추가된 제도에 불신감 팽배

국민의힘이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꼽히는 지역구 5곳에 국민추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여당 공천이 당선으로 여겨지는 지역구인 만큼 어떤 인사를 공천하든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자 ‘국민추천’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다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초반에 천명한 ‘시스템 공천’ 제도 발표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제도라는 점, 촉박한 접수일정과 후보 및 심사과정 비공개 등으로 무늬만 국민추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국민추천제 적용 지역으로 서울 강남갑·을, 대구 동구군위갑·북구갑, 울산 남구갑 5곳을 지목했다.

정 위원장은 “국민추천은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면서 “온라인 접수를 원칙으로 하고 제출 서류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공천 막바지인 만큼 일정은 촉박하다. 8~9일 이틀간 온라인 접수를 받고 면접을 거쳐 15일 최종 결과를 발표 예정이다.

추천된 인사의 면면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공천 신청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치신인들을 고려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모든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것”이라면서도 “(공개되면) 신인들이 도전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평가는 사뭇 다르다. 이미 해당 지역에 현역 의원은 물론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등록해 있는 상황에서 굳이 뒤늦게 도입한 제도를 적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국민추천제 적용을 받게 된 한 지역의 예비후보는 “전략공천하자니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니 한심(한동훈 위원장 의중)이니 논란이 일까봐 괜한 제도를 도입한 것 아니냐”면서 “지역에서 이미 뛰고 있는 후보들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도 “국민추천 받은 후보들이 경선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당에서 자기들이 알아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미 정해진 사람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민추천제 지역으로 지목된 지역구의 현역 의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울산 남구갑의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저를 버렸다. (중략)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서 복귀하겠다”고 써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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