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천’은 끝났다…반발 거세지는 국민의힘

2024-03-07 13:00:28 게재

유경준 홍석준 안병길 이채익, 공천 배제에 공개 반발

장동혁 사무총장 “계산기 공천하면 공관위 필요 없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잡음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국민의힘에서도 막판 공천 잡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유경준 홍석준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재심을 신청했고 이채익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조용한 게 감동”(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라고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핵심지역 공천에서 예상대로 파열음이 세게 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의원평가 등의 점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진압에 나섰다.

7일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공천이 배제된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장 사무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상징성 있는 지역, 공천에 있어 국민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지역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여러 사정을 감안해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병에서 현역인 유경준 의원이 공천배제된 것과 관련해 ‘경쟁력 40%대인 유 의원은 컷오프되고, 경쟁력이 20%대인 다른 지역 후보는 경선 기회가 주어졌다’는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이같이 답했다.

공천 관련 의견 밝히는 유경준 의원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6일 국회 사무실에서 공천 배제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장 사무총장은 “강남병은 수도권에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지역구다. 그런데 모든 후보의 경쟁력이 50%를 넘지 않았고, 당 지지율과 격차도 10%p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특히 강남 지역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된 태영호(강남갑), 박진(강남을), 박성중(서초을) 의원 사례를 들면서 “그분들의 본선 경쟁력이 강남병에 있는 후보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기준이라면 모두 다 경선을 했어야 했다”면서 “그런데 다른 지역의 경우 격차가 더 나는데도 경선에 포함시킨 후보가 있으니 강남도 경선으로 가야 했다, 또는 기계적으로 당 지지율과 1위 후보 차이가 10%에 정확히 미치지 않았는데 왜 경선으로 가지 않았느냐고 한다면, 그렇게 기계적으로 계산기로 공천할 것 같으면 공관위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장 사무총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은 전날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다른 곳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국민추천제’ 도입으로 현역의원 컷오프 가능성이 높은 다른 지역에서 또다른 반발이 연쇄적으로 나올 수 있끼 때문이다.

앞서 서울 강남병 현역의원인 유경준 의원은 당이 자신을 배제하고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우선추천한 데 대해 공개 반발했다. 유 의원은 “2월5일 당에서 실시한 저 유경준의 경쟁력 (여론)조사 수치는 49.8%이고, 2등 후보는 20% 초반으로 확인됐다”고 당을 저격했다. 이에 대해 공관위는 이례적으로 점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유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공관위에 따르면 본선경쟁력 조사결과 1위 후보 49.6%, 2위 후보 41.3%, 3위 후보 38.1%, 4위 후보 35.2%, 5위 후보 34.0%로 이 지역은 단수추천 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홍석준 “이의신청하겠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의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대구 달서갑에서 유영하 변호사가 단수추천된 것을 놓고서도 현역 홍석준 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홍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공천관리위원회는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해 밀실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왔지만, (달서갑에선) 공정한 시스템 공천 대원칙이 깨졌다”고 직격탄을 꽂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일한 측근으로도 불리는 유 변호사를 경선도 없이 단수추천한 것은 기존 ‘시스템 공천’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인 셈이다. 유 변호사 단수 공천은 보수층과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고려한 공천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시 공천에서 배제된 울산 남갑 3선 현역의원 이채익 의원도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시사했다. 이 지역구는 ‘국민추천제’ 지역으로 이 의원은 5일 밤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저를 버렸다”며 “잠시 떠나더라도 승리해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사무총장은 “이 의원이 왜 경선에 포함돼 있지 않은지 구체적으로 데이터를 언론에 공개하라고 하면 즉시 공개하겠다”면서 맞불을 놨다.

부산 서·동구 총선 후보자 경선에서 배제된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결정에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구 경선 대상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손자가 포함돼있다.

안 의원은 6일 “항간에 이혼이 배제사유라는데 한 번도 소명을 요구받은 바 없다”며 “당에서 표방한 시스템 공천에 있는 기준인지 비대위에서 결론내 달라”고 요구했다.

제주 지역에서도 공천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갑 지역에 국회 보좌관 출신 고광철 후보를 공천하기로 하자 김영진 예비후보가 탈당을 선언한 바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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