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선거 공약…“공약 해커냐”

2024-03-07 13:00:31 게재

‘반도체 벨트’ 공약 놓고 이원모-양향자 베끼기 논란

4.10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선거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지역에선 공약 베끼기 논란이 어김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역의 숙원사업이 비슷비슷한 데다 정책보다는 ‘선거구도’ 등으로 승부가 결정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만큼 공약에 대한 후보들의 관심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경기 남부 지역에 당 핵심인사들을 내세운 개혁신당은 타당 후보들의 ‘겹치기 공약’을 지적하고 나섰다.

앞서 개혁신당은 양향자 원내대표를 경기 용인갑에, 이준석 대표는 동탄신도시 지역인 경기 화성을에, 이원욱 의원은 화성정에 각각 공천한 바 있다. 이 지역은 이른바 ‘반도체 벨트’로 일컬어진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강남 지역에 공천 신청했다가 용인갑 출마로 선회한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에 대해 “(자신의 공약과) 토씨 하나도 안 틀리다”고 지적했다.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가 용인갑 출마 선언을 하면서 공약으로 제시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 반도체와 관련된 교통·교육·문화 인프라 조성 등을 제시했는데 자신의 공약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양 원내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지만 원작자 허락 없이 따라하면 표절 아니냐”며 “강남에서 낙마하고 온갖 떼를 써서 처인구로 오셨다. 그렇다면 스스로 공약을 만드는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6일 논평에서 “반도체와 교육, 지역발전에 대한 진심을 만들긴 해야겠는데 스스로 공약을 만들 능력은 없으니 개혁신당 후보들의 공약을 해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6일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억지 논란 제기를 중단하라”면서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 쇼핑센터 건립,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 등은 이상일 용인시장이 과거부터 수차례 발표했던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공약 베끼기 논란은 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지역별 숙원사업이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진 경우가 많은 데다 정책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도 거대 양당은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 같은 공약을 내놓고 원조 논란을 벌이는가 하면 지난 대선에선 가덕도 신공항 관련해 같은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이 어차피 적다고 보니까 정치인들이 대놓고 남의 공약을 베끼는 것”이라면서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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