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큰 틀서 수용할 듯…보상까지 ‘산넘어 산’

2024-03-11 13:00:44 게재

“명백한 불완전판매 있으면 빠른 손실 보전 가능”

투자자 책임 분명하면 배제 … 다툼시 법적 대응도

은행권은 금융감독당국이 11일 내놓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큰 틀에서 수용하는 분위기다. 명백하게 은행측 불완전 판매가 드러난 경우에는 빠르게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 투자자 개인에게 손실을 보전하기까지는 워낙 사례가 다양하고 복잡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 주말 금융감독원 발표를 앞두고 조정안 내용과 수위에 촉각을 세우며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당국의 조정안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못했다. 대체로 ‘불완전 판매가 있었다면’이라는 전제를 기초로 큰 틀에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1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당국의 발표내용은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며 “내부에서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한 것은 없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수용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아직 내부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은행의 명백한 불완전 판매가 있었다면 투자자와 사적화해를 통해 빠르게 손실을 보전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이 비교적 빠르게 당국의 조정안을 큰틀에서 수용하고 나서는 데는 분명한 잘못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아직까지 개별은행은 홍콩H지수 ELS 판매와 관련 불완전 판매 등에 대해 공식 인정한 경우는 없다. 다만 당국에 접수되는 민원과 일부 언론보도 내용 가운데 절차상 확실하게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어 현실적으로 피해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은행의 경우 고령의 투자자로부터 투자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리인 증명서류를 일부 조작했다는 사례가 나오는 등 명백한 불완전 판매가 확인되고 있다. 은행측은 해당 투자자가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상품의 투자를 통해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렸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절차상 하자가 분명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련 상품에 투자한 사람이 수만명인데 판매 과정에서 일부 영업점이나 직원의 의욕이 앞선 경우까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다만 아닌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국이 판매사에 대한 잘못을 지나치게 부각하면서 투자자 책임을 소홀히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의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어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주주와 이사를 상대로 설명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잘못을 무작정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향후 대응은 △명맥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신속한 손실 보전 △명백한 투자자 책임에 대한 선긋기 △투자자 책임범위와 수준에 대한 다툼의 행정 및 사법적 절차 진행 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복잡한 방식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 일각에서는 당국이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는 불만도 있어 투자자는 물론 금융당국, 일부 정치권과 갈등도 불사하겠다는 흐름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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