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잔액 39조원 돌파 … 저축은행 대출 축소 ‘풍선효과’

2024-03-28 13:00:40 게재

카드론보다 금리 높은

현금서비스·리볼빙 줄어

카드사 연체율 계속 상승

서민들의 ‘생계형 대출’로 꼽히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36조원대였던 카드론 잔액은 1년 새 3조원가량 늘며 올해 2월 40조원에 육박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8일 여신금융협회 월별 신용카드 이용실적에 따르면 신용카드 9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2월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4744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부터 꾸준한 오름세를 보여왔는데 지난해 1월 36조6349억원에서 6월 37조6171억원, 12월 38조761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2월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 늘어난 것이다.

카드론과 함께 카드론 대환대출 규모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신용카드 9개사의 2월말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79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추이를 보면 지난해 1월 1조1235억원에서 6월 1조3274억원, 12월 1조627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받은 후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한 차주가 카드사로부터 상환자금을 재대출받는 상품이다. 대환대출을 받으면 차주는 당장의 상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기존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아지고,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카드론 대환대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줄이면서 취약차주들의 카드론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나 카드 리볼빙(일부 결제액 이월 약정) 잔액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오름세가 확실히 꺾인 모습이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지난해 10월 7조897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보였으며 올해 2월 6조5278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최근 1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카드 리볼빙 잔액은 지난해 11월 7조6245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뒤 꾸준히 감소해 올해 2월 7조4907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론 이용은 증가하는 반면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이용이 줄어드는 것은 이 상품들의 금리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8개 전업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2월 카드론 평균금리는 12~14%대인 데 비해 현금서비스 금리는 16~18%대로 4%p나 더 높다. 카드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도 15~18%대로 카드론 금리보다 높게 책정돼 있다.

중·저신용자의 카드론 이용이 지속적으로 느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2022년 12월말 0.98%에서 2023년 9월말 1.66%로 올랐고, 같은 기간 롯데카드는 1.08%에서 1.49%로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1.20%에서 1.36%로, 신한카드는 1.04%에서 1.35%로 상승했다. 그밖에 △KB카드 0.92%→1.21% △삼성카드 0.90%→1.07% △비씨카드 0.87%→1.05%로 집계됐으며 유일하게 현대카드는 0.87%에서 0.62%로 연체율이 감소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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