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약한 조선경쟁력’에 골치
함정 제때 공급 못받아
K-조선, 함정수출 기회
미국 해군이 자국 조선소에서 함정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어 원인파악에 나섰다.
미 해군은 지난 2일 버지니아급 잠수함, 항공모함 및 호위함이 조선소의 숙련된 노동력 부족과 설계 문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로 인해 건조일정이 몇 년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 G캡틴과 로이터에 따르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 장관은 미 해군을 위해 건조되고 있는 5개 등급의 선박이 일정보다 몇 년 지체되고 있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포괄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미 국방부는 조선소 노동력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나이가 많고 숙련된 노동자의 높은 퇴직률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제임스 다우니 중장은 “여러 지역에서 노동자가 계속 줄어드는 것을 보았고, 어떤 곳에서는 팬데믹 초기에 비해 두 배로 늘었고, 다른 경우에는 더 많았다”고 말했다.
위스콘신주 ‘마리넷 마린’ 조선소에서 건조된 새로운 등급의 첫번째 전함은 다른 곳에서 건조 중인 잠수함과 같이 계획보다 3년 정도 지체되고 있다. 마리넷 마린 조선소는 이탈리아 조선소의 자회사다.
미 해군은 지난 2020년 이 조선소와 최대 10척의 유도 미사일 호위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총 55억달러 규모다. 유도 미사일 호위함은 해군의 최신 함정은 공중전 대잠수함전 수상전 전자전 및 정보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다중 임무 능력을 갖추도록 설계했다.
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해군의 컬럼비아급 잠수함을 건조 중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헌팅턴도 2027년 10월까지 인도하기로 한 당초 계획보다 공정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미 해군은 또 포드급 항공모함이 2028년 인도 예정일보다 18~26개월 늦춰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 조선소에서 함정 공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은 한국 조선산업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도 조선산업에서 숙련인력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최태복 이사는 “미국 유럽 등에서 인건비 비중이 올라가면서 함정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워 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우리가 미국 등을 대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미국처럼 어려워질 수도 있는 위기 징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4일 울산 본사에서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함께 전 세계 9개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3000톤급 잠수함(Batch-Ⅰ) 3번함인 신채호함 인도서명식을 개최했다. 잠수함과 이지스함, 호위함 등 K-함정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신채호함은 현대중공업 자체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잠수함으로 국내 3000톤급 잠수함 가운데 처음으로 적기에 인도됐다. 현대중공업은 울산급 호위함인 천안함과 춘천함에 이어 신채호함을 적기에 인도하면서 기술력(성능 보장)과 사업관리 역량(공정 관리), 그리고 건조 비용 측면에서 역량을 주목받고 있다.
신채호함은 지난 2021년 9월 진수식 이후 30개월간 시험평가 기간을 거쳤고 해군에 인도 후 전력화 과정을 통해 올해 말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마이클 L. 맥도날드 캐나다 연방상원의원과 마이클 제이콥슨 호주 잠수함사령부 국장, 파울 두클로스 주한페루대사를 비롯해 미국 필리핀 폴란드 콜롬비아 에콰도르 영국 등에서 20여명의 정부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신채호함 인도서명식 후 특수선사업부 야드에서 신채호함과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 호위함인 충남함을 차례로 둘러봤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참석 국가 가운데 캐나다 페루 호주 필리핀 폴란드 등은 K-함정수출 협력이 유력시 되고 있다. 미국과는 방산 분야 유지·보수(MRO) 협력이 검토되고 있다.
주원호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는 “향후 정부와 함께 ‘팀코리아’로서 K-방산 수출 분야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