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총선 민의가 ‘민주당 맘대로’인가
4.10 총선 결과 22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게 됐다. 이재명 대표는 “야당에게 압도적 과반을 준 것은 정부여당이 하지 못하는 것을 민주당이 과감하고 화끈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는 180석을 갖고도 머뭇거린 21대 국회와는 달라야 한다면서 국회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도 민주당이 갖겠다고 한다. 당의 전략을 맡은 의원은 “협치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장직에 도전하는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강조한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보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들은 이재명 대표와 정치적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총선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연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유력 후보가 일사분란한 호흡을 강조하는 형국이다. 최재성 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은 “DJ 총재도 못 했던 일이 이재명 대표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합당한 정치적 보상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나 국민이 수용할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거부권 행사를 ‘국회 입법권 무력화 시도’라며 날을 세웠다. 대선에서 0.73%p 차로 권력을 획득한 대통령이 야당을 무시하고 100%의 힘과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공격했다. 22대 총선 지역구에서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0석 결과는 분명 여당의 참패다. 그렇다고 50.5%를 얻은 민주당이 45.1% 득표한 여당을 향해 “청산 대상과 대화나 타협은 없다”며 몰아치는 것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모르겠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검찰권력을 앞세워 야당 대표와 야당 인사 주변을 쉴새없이 공격하고, 자기 주변의 허물은 못 본 척 하는 것이 무슨 공정과 정의냐며 비난하지 않았던가.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야 처지가 바뀌었다면,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 준 총선 결과를 따르라는 다수당에 ‘선거에서 패한 당의 숙명’이라며 수긍하고 순순히 물러섰을까.
제3당에 대한 태도도 좀 부자연스럽다. 민주당은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해 국회를 갈등의 공간이 아닌 상생하고 일하는 공간으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0명인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적절한 수준에서 낮추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제도개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조국혁신당 등 3당이 선거 때는 강력한 우군이라더니 끝나고 나니 경쟁자로 바뀐 것인가. 민주당은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며 출발했다가 후반기에 기존 관례와 비슷하게 제2당과 양분했다. 아무리 다수의석이라도 혼자서는 갈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