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부업자 9년형, 검찰 “너무 약해”
최대 2만4333% 이자 받아
서울북부지검, 법원에 항소
채무자들에게 나체 사진을 유포한다거나 가족들의 신상을 위협해 빚독촉을 한 불법 대부업자에게 1심 법원이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인만큼 형량이 약하다며 항소했다.
9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채권추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A씨 1심 판결에 대해 “더 중한 형의 선고를 구한다”며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검찰은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인 채무자들의 약점을 이용한 범죄로, 선고 결과가 검찰 구형에 미치지 못했다”며 “불법 사금융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지난해 10월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고, 서울북부지검은 A씨 등 일당에게 채권추심법, 대부업법, 스토킹처벌법, 성폭력처벌법(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A씨 등은 영세상인, 신용불량자, 급전을 필요로 한 청년 등을 상대로 30만원을 빌려준 뒤 일주일 뒤에는 50만원을 받아왔다. 연이자로 따지면 평균 3476%다.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꾸준히 이자를 받았는데 최대 2만4333%에 달했다.
피해자는 모두 83명, 이중 30명이 30세 이하 사회초년생이었다. 피해액만 2억5000만원이다. 이들은 원금과 이자 상황이 늦어지면 채무자는 물론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 연락해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했다. 이 과정에서 해고된 채무자도 있었다.
더 나아가 채무자들에게 나체 사진을 담보로 요구했다. 가족관계증명서나 지인, 가족의 연락처, 사진 등을 요구했다. 확보된 나체사진이나 지인들의 얼굴 사진을 다른 사진과 합성했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주변인들에게 이를 유포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불법 채권추심 활동을 했다.
채무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삼촌인데 조카와 통화하고 싶다”고 전화를 걸거나, 나체사진을 자녀 학교에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이어갔다.
이자 탕감, 상환 기일 연장 등을 조건으로 내건 A씨 등은 채무자들의 계좌를 받아 범죄 수익금을 세탁, 은닉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 등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단기 사무실을 임대했고, 사무실 안에는 고성으로 협박전화를 하기 위한 별도의 전화부스까지 마련했다. 비대면 대출이 이뤄지도록 SNS상에서 홍보, 광고를 했고, 비실명 휴대전화와 계좌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정부는 ‘범정부 불법 사금융 척결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불법 사금융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서민들이 사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불법 채권추심 등 근절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