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어려워진 중 투자업계, 중동 공략
지난해 최소 200개사 중동 방문 … 중동 국부펀드·고액자산가 등이 잠재적 투자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중국의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 회사들이 중동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중국 스타트업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해왔던 미국 자금이 미중간 지정학적 긴장으로 자금줄을 조이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7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관련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최소 200개의 중국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회사가 중동 지역을 방문해 사무실을 개설하는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 알파캐피탈의 공동 설립자 모스 알나임은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자금 조달에 대한 중국 기관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일반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의 수많은 고액자산가, 패밀리 오피스, 국부펀드들이 다각화된 투자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외 자산배분에 대한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서 보유 지분을 현금화하는 주요 경로인 기업공개(IPO)가 급격히 줄면서 중국의 자금 조달 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IPO 한파는 중국 투자업계로 하여금 중동지역을 적극 공략하게 만들었다.
중국 KPMG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본토 IPO 수와 조달총액은 전년 대비 각각 30%와 40% 감소했다.
차이나벤처투자컨설팅에 따르면 2023년 중국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회사의 모금액은 전년 대비 18.9% 감소한 1014억달러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시장에 진출한 1만2893개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회사 중 3847개만이 신규 펀드를 설립했으며, 그 중 56%는 펀드를 단 한 개만 개설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들이 새로운 자금 공급원을 구하기 위해 중동을 찾은 이유는 분명하다. 국부펀드연구소(SWFI)의 최신 순위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ADIA),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쿠웨이트투자청(KIA), 카타르투자청(QIA) 등 세계 10대 국부펀드(SWF) 중 4개가 중동에 있다.
글로벌 SWF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의 국부펀드 총자산은 2023년 사상 최대인 4조1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세계 400개 이상의 펀드 활동을 추적하는 글로벌 SWF는 GCC 회원국이 관리하는 19개 SWF의 자산이 2030년까지 7조6000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회사들은 주로 자본이 풍부한 국부펀드(SWF), 패밀리 오피스, 대기업의 투자 부문 등을 중동 지역의 잠재적 투자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진전은 더딘 상황이다. 현지를 방문한 많은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 회사들은 중동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며 장기적인 관계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전 국경간 민간투자기금위원회 공동 사무총장 리카이는 “경험 많은 중국 투자자들이 중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일부 중동 자본은 중국에만 투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현지 투자를 더 중시하는데, 이는 프로젝트가 중국과 중동에서 동시에 실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바레인에 본사를 둔 글로벌 대체투자 상품 운용사 인베스트코프의 공동 CEO 하젬 벤-가셈은 “중동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은 파트너십 구축에 있어 큰 장애물 중 하나이며, 이에 대해 더 많이 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중동의 많은 투자기관은 여전히 현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들이 해외로 나가 글로벌 투자에 더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