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위안화 사용 확대 ‘쉽지 않네’
사용처 부족 등 물리적 한계, 보편화된 알리·위챗페이 넘기 어려워 … 거래 추적 가능성도 부담
중국은 지난 2019년부터 디지털 위안화(e-CNY)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대도시 일부 지역에서의 시범 사용을 넘어 지금은 여러 지역에서 정부기관과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로 급여를 지급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쑤저우의 창수에서 모든 공공 부문 근로자에게 디지털 위안화로 급여를 지급하는 시범 사업이 1년 째 진행되고 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새미 린은 국영은행 직원으로, 월급날이 되면 ‘e-CNY’ 앱의 디지털 통화 잔액으로 월급을 받는다. 돈은 은행 계좌로 자동 이체돼 일반 현금으로 전환한 후 원하는 대로 저축하거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동료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린은 실제로 디지털 위안화를 직접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기능적 한계부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까지 다양하다.
린은 “e-CNY 앱에 돈을 보관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거기에 두면 이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강 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디지털 금융 시대의 가장 큰 과제’라고 했던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다.
현금과 달리 디지털 위안화의 모든 거래는 이론적으로 디지털 원장에서 추적이 가능하다. 디지털 위안화는 암호화폐를 뒷받침하는 프로토콜과 유사한 블록체인 기술의 일부 요소가 통합돼 있어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거래를 막을 수 있다.
베이징에 있는 청쿵경영대학원의 예둥옌 연구원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다 보니 디지털 위안화의 대중화가 더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은 익명으로 사용되지만 디지털 위안화는 다르다”면서 “정보 추적과 정보보안 보호 기준 설정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소유가 보편화되고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온라인 결제 도구가 일상생활을 지배하면서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 현금 없는 사회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은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으며 현금 거래는 여전히 법적으로 보호되는 옵션이다.
쑤저우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앨버트 왕은 급여의 일부를 디지털 위안화로 받지만 그 금액이 한달에 몇천위안에 불과해 이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하지만 시 공무원인 그의 아내는 월급을 모두 디지털 위안화로 받는데, 그녀 역시 린과 같은 방법으로 돈을 처리하고 있다.
왕은 “제 아내는 e-CNY 지갑으로 돈을 입금하거나 금융상품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입금되자마자 바로 인출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상점에서 통용되지 않고 또 결제할 때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 분명하다”며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의 한 이코노미스트도 기존의 정교한 온라인 결제 앱이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큰 걸림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온라인 결제 도구의 발전이 너무 빠르고 치열해서 파괴적인 혁신이 아니면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