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주택 3년간 13조7천억원
경매낙찰가보다 비싸 … 지난해 5555호 공실
최근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3개 주택공기업이 사들인 매입임대주택이 경매낙찰가보다 비싼데다가 상당수 공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관련 예산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21년부터 3년간 LH와 SH GH 등 3개 주택공기업이 매입임대주택에 사용한 금액은 13조7000억원으로, 상당수가 경매낙찰가보다 비싸게 매입했다고 16일 밝혔다. 전체 매입임대주택에 투입한 예산 중 서울·경기권이 9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주택공기업이 노후 주택을 사들여 보수한 뒤 저렴하게 무주택자들에게 임대하는 주거복지사업을 말한다. 주택공기업 입장에서는 토지를 사들인 뒤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임대주택 공급에 효율적인 면이 크다. 최근에는 건설 경기 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늘자, 주택공기업이 미분양 아파트 등을 사들이는 상황이다.
경실련이 올 3~4월 서울 화곡동 다세대주택 경매낙찰 가격과 지난해 LH SH 매입임대주택 가격을 비교한 결과 평균 2억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LH 약정매입 다세대는 5억원, SH는 5억1000만원이었는데, 경매낙찰가는 3억2000만원이었다. 애초 경매시장 예측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1채당 40%, 2억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3개 주택공기업의 매입임대주택 공실률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021년 4959호였던 공실은 늘어 2022년 5597호, 2023년 5555호였다. 2020년 3.9%였던 공실률은 다소 줄어 2.7~2.9%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의 호당가격을 적용해 공실 발생으로 인한 손실을 계산한 결과 LH가 1조621억원, SH 1181억원, GH 570억원의 세금을 낭비했다”며 “높은 가격으로 사들인 매입임대주택이 공실로 있다는 것은 이중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공공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전세사기 주택을 사들여야 한다”며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는 후순위 피해자, 다가구주택 후순위 피해자 등 전세사기 피해구제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