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 이스라엘 ‘국제 왕따’ 자초
이집트 대통령 “휴전 노력 회피” … 남아공, ICJ에 “라파 공격 중단 명령해야”
인질석방과 휴전협상을 중재했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위한 노력을 회피했다’면서 가자지구 라파 지상 작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기 위해 라파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군사적 해법으로 안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AL 22개 회원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이슬람협력기구(OIC)와 함께 연 특별정상회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회의에서 AL과 OIC 지도자들은 가자지구를 무차별 공습하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면서도 징벌적 경제 제재나 정치적 조처를 하지는 않았다.
AL 회원국은 이날 회의에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병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 실현될 때까지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에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을 촉구하는 내용의 ‘마나마 선언’을 발표하는데 그쳤다.
대신 책임 공방이 펼쳐졌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이날 가자지구 전쟁의 원인을 하마스에 돌렸다. 그는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수행된 군사 작전이 이스라엘에 전쟁을 벌일 구실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PA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정치적 경쟁 관계다.
이에 반해 하마스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는 중재국 카타르와 이집트가 제시한 휴전안에 이스라엘이 수정안을 내놓으며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집트와 카타르의 형제들이 최근 제안한 휴전안에 동의한다고 발표했고 이는 미국에도 전달됐다”며 “그러나 이스라엘은 라파 교차로를 점령하고 이 지역을 침략하는 방식으로 제안에 응답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마스를 배제한 전후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어떤 합의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개로 남아공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시작된 이틀간의 심리에서 가자지구 라파 공격 중단을 이스라엘에 즉시 명령해달라고 촉구했다.
남아공 변호인단은 이날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지역으로서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엔드게임(endgame)의 일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즉각적 철수와 제한 없는 인도적 지원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으며, 현지에 독립적인 조사관과 언론인의 출입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심리는 이달 초 남아공이 이스라엘에 대해 임시 조치 성격의 추가 긴급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데 따라 열렸다. 이는 남아공이 지난해 12월 말 ICJ에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한 사건의 일환이기도 하다. 제소 이후 임시 조치 명령을 ICJ에 요청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ICJ는 앞서 두 차례 요청에 대해 남아공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1월에는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및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조처를 명령했고 3월에도 추가 조처를 촉구했다.
남아공은 “ICJ의 기존 임시 조처 명령이 가자지구 주민을 위해 유일하게 남은 피난처(라파)에 대한 잔혹한 군사적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은 그간 여러 차례 열린 관련 심리에서 자국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동맹국인 미국의 만류에도 라파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심리 둘째 날인 17일 반론에 나설 예정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ICJ는 수주 내에 임시 명령을 내릴지 여부에 대해 결론지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임시 명령은 법적 구속력은 있지만 ICJ가 강제할 권한은 없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