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늪에 빠진 청소년, 서울경찰 ‘스쿨벨’
도박 빚, 2차범죄로 이어져
중고생들이 인터넷·모바일 도박을 하다가 빚더미에 오르고 있다. 급한불을 끄겠다며 소액 대출을 받고, 빚을 갚기 위해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지경이다. 악순환이 이어지자 서울경찰청이 ‘스쿨벨’을 발령했다.
서울경찰청은 청소년 도박과 대리입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 스쿨벨을 발령했다고 20일 밝혔다.
스쿨벨은 서울경찰청이 서울교육청과 함께 학생 관련 긴급 사항이 발생하면 학교와 학생, 학부모 등에게 주의·대응 요령을 알리는 조치다. 가정통신문은 물론 모바일 가정통신문인 e알리미로 실시간 전파한다. 그동안 강남마약음료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쓰였으며, 올해는 처음 발령했다.
중고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을 중심으로 인터넷·모바일 도박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게임’으로 인식한 청소년들은 문제의식 없이 도박을 하고, 돈을 잃고 나면 주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등 돌려막기가 일쑤다.
이 틈새로 생겨난 신종범죄가 ‘대리입금’이다. 급전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10만원 안팎의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단기간 고금리로 상환하게 하는 것이다. 경찰이 적발한 바에 따르면 연이자를 기준으로 수천%의 이자와 원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긴급 스쿨벨 발령과 함께 서울지역 1374개 학교에 대해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한다. 조사는 7월 19일부터 도박에 빠지는 초등학교 5·6학년, 중고고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하는 청소년들은 치료 등 피해자 지원을 하고, 수사 전담부서가 집중적으로 도박업자와 사채업자를 추적·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