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 복제·판매 “저작권 침해”
대법, 판매자 징역 2년 확정
“상당 부분 복제해 권리 침해”
제작자의 허락 없이 데이터베이스를 상당한 부분 복제해 신규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면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B사가 개발한 ‘EMS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해 만든 새 프로그램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EMS 프로그램’은 건설공사의 원가를 계산하는데 사용되는 건축, 토목, 기계 등 분야별로 내역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건설공사 표준품셈(정부고시가격), 물가정보 등의 수만 건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A씨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고용해 B사의 제품을 모방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지시하는 한편, B사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를 복제해 활용했다.
A씨는 이렇게 만든 프로그램을 B사의 1/10 수준의 가격에 판매했다. 또한 B사가 고소와 함께 배포 중지를 요구했지만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면서 B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할 수 있는 변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사용방법도 함께 게시했다.
A씨는 재판에서 B사의 데이터베이스는 표준품셈과 물가정보 회사가 조사한 단가자료를 단순히 취합한 것에 불과하며,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데이터베이스가 더 방대하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데이터베이스를 복제·배포한 행위가 제작자의 권리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과거에는 데이터베이스가 창작성이 없다는 이유로 저작물이 아니라고 보고 예외적으로 편집 저작물에 해당하는 경우만 저작물로서 보호 대상이 됐지만, 2003년 법 개정으로 독자적으로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가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됐다.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보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허락 없이 데이터베이스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이 복제돼야 한다.
1·2심은 모두 A씨가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업체의 데이터베이스는 프로그램 구동을 위해 수 만개의 소재를 체계적으로 배열 또는 구성한 편집물”이라며 “피해자 프로그램을 통해 개별 소재에 접근 및 검색할 수 있으므로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프로그램의 구동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하면서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데이터베이스 작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피해자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복제해 사용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 데이터베이스의 양적 또는 질적으로 상당한 부분을 복제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