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감추려 ‘사고후 음주’ 처벌
검찰 ‘김호중 방지법’ 신설 법무부에 건의
이원석 총장 “운전자 바꿔치기도 엄정대응”
대검찰청은 최근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후 음주운전을 감추려고 하는 ‘사고 후 음주’를 처벌할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가칭 김호중 방지법)을 신설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20일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 법안을 마련해 법무부에 입법 건의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음주운전이 발각될 것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 행위를 할 경우’ 음주측정거부죄와 동일한 형인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대검은 “사고 후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대한 입증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등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음주 측정 거부라고 평가할 수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0년 음주 상태로 화물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한 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하고 소주 1병을 마셨지만 무죄 확정 판결을 받는 일도 있었다. 당시 대법원은 “음주운전자가 형사 처벌을 회피하게 되는 결과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은 정의의 관념이나 국민적 공감대 및 시대적 흐름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죄형법정주의 등 형사법 대원칙을 존중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바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같은 추가 음주를 비롯해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과 진상 은폐, 증거 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이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 총장은 “수사단계에서부터 경찰과 협력해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 판단에 (사법 방해 정황을) 적극 반영하라”고 했다.
이날 이 총장의 지시는 김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운전자를 속이고 인근 호텔에서 머무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매니저의 허위 자백 이후인 사고 17시간 뒤에야 출석했다.
김씨는 사고 이후 서울 주거지 대신 경기도 호텔 근처로 향했고 편의점에서 일행과 함께 캔맥주를 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경찰의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는 사고 열흘 만인 19일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