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했던 유럽 경제회복 시동 걸리나
성장률 반등-인플레 약화
지난 수년 미국의 성장은 지속적으로 놀라웠다. 하지만 유럽의 성장은 지체됐다. 2019년 이후 유럽연합(EU)의 GDP는 약 3% 증가에 그친 반면 미국 GDP는 9%나 늘었다.
하지만 유럽의 경제전망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이달 15일(현지시각)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로존은 전 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유럽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EU 파올로 젠틸로니 집행위원은 “우리는 모퉁이를 돌았다고 믿는다”고 확신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소폭 상승이긴 하지만, 이는 6분기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라며 “유로존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기에 충분한 수치”라고 전했다.
인플레이션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4월 유로존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2.4%로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를 약간 상회하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2.9%에서 2.7%로 하락했다. 고무적인 점은 실업률 상승 없이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EU 실업률은 6.1%로, 밀레니엄 전환기 이후의 최저치를 약간 상회했다.
전통적으로 북부에 비해 경제성장이 느렸던 남부 국가들이 분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이 프랑스와 독일을 앞지르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EU의 회복기금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면서 통화정책으로 경제회복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유럽 대륙의 몇몇 국가들은 이미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헝가리는 현재 7번이나 금리를 인하했다. 체코의 금리는 지난해 12월 7%에서 5.25%로 떨어졌다. ECB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스웨덴중앙은행 릭스방크는 이달 8일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다음달 5일부터 시작해 올해 모두 3차례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단 한 차례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 분기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이 발행하는 유로화 표시 채권을 뜻하는 ‘리버스 양키’ 채권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금리가 낮은 유럽에서 채권을 발행하면 이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올해 1~4월의 리버스 양키 채권의 발행추세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경우 2019년 기록인 88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유럽은 마이너스금리, 미국은 2.5%로 금리차가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리버스 양키 채권 판매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5년 만기로 발행된 이러한 채권 중 상당수는 이제 차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채권 대부분은 미국기업들의 유럽 사업자금으로 사용된다.
진정한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투자 증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유럽 경기회복의 대부분은 내수에서 이뤄졌다. 유럽의 고용이 증가하고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서 소비력이 증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측정한 생산성은 2022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 수치가 상승하기 시작하지 않는 한 유럽은 미국에 더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의 1인당 GDP가 2019년 미국의 68%에서 2029년에는 6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유럽은 지난 수년간의 어둠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더 어려운 과제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