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화된 ‘공범 진술’ 되살려 유죄 이끌어낸 검사
대검, 공판 우수사례로 선정 … “대법 판례 뒤집어”
피고인 위증교사 밝혀내 추가 기소 등 5건도 뽑혀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해 법정에서 무력화된 마약 공범 자백의 효력을 항소심 공판에서 되살려 내 유죄를 받아낸 검사가 대검찰청 ‘공판 우수사례’로 뽑혔다. 또 지적장애가 있는 동거녀의 딸에게 성관계하는 모습을 강제로 보여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동거녀에게 위증을 강요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위증을 밝혀낸 공판검사팀도 공판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대검찰청은 1심 재판에서 무력화된 ‘공범 자백’의 효력을 2심 공판에서 되살려 낸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부장 이동현) 소속 서제원(변호사시험 11회) 검사를 공판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서 검사가 맡은 필로폰 판매 사건의 피고인 A씨는 ‘A씨에게 필로폰을 샀다’는 공범 B씨의 일관된 진술 등을 근거로 기소됐다. 그러나 A씨가 법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부인하며 B씨에 대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무효화시켰다. 이는 2022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312조와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른 것으로 경찰·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의자 본인이 법정에서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때만 증거로 쓸 수 있다.
다시 말해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진 뒤 공범의 수사기관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 이를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B씨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웠으나 B씨는 ‘필로폰을 매수한 사실이 없다’며 기존 진술을 번복했고, 결국 1심은 A씨의 필로폰 매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서 검사는 “피고인의 부인만으로 공범의 수사 과정 진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기존 대법원 판례는 형사소송법의 문언에 반한다”는 취지로 항소했다. 서 검사는 항소심에서 B씨를 다시 증인 신문하며 대법원 판례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공범이 허위로 진술을 번복할 경우 법원은 허위 진술만을 기초로 사안을 판단해야 하므로 법관의 합리적 판단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온다”며 서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B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를 근거로 지난 10일엔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대검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공범의 경찰·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법리 및 유죄 선고를 이끌어낸 사례”라며 “적극적인 공판 활동으로 사법정의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검은 지적장애가 있는 동거녀의 딸에게 성관계하는 모습을 강제로 보여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동거녀에게 위증을 강요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위증을 밝혀낸 울산지검 공판송무부(손은영 부장검사)도 공판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울산지검 공판송무부 김효준(변시 5회) 검사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수사기관에서 딸이 강제로 성관계를 목격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나, 이후 동거남의 아동복지법위반 재판에서 진술 번복해 “딸이 우연히 성관계를 목격한 것”이라고 위증한 것을 밝혀냈다.
김 검사는 통신영장으로 통화내역 등을 확보해 동거남이 제3자를 통해 지적장애 있는 동거녀에게 허위증언하게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위증 내용이 기재된 동거녀의 노트를 압수해 동거남이 항소심에 대비해 동거녀와 그 딸에게 면담을 강요하고, 위증을 재차 교사한 것을 밝혀 특가법위반(면담강요등)으로 인지·기소했다. 또한 피해아동에 대한 상담을 통해 이사 비용, 스마일센터 연계 상담 등 범죄피해자 지원을 의뢰했다.
대검은 이외에도 어린이집 실운영자가 고용촉진지원금 부정수급을 은폐하기 위해 보육교사들에게 위증을 교사한 사실을 밝혀낸 의정부지검 공판송무부(고은별 부장검사·강기보 검사)의 사례, 또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을 가능성을 배척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사건 항소심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여 유죄 선고로 이끈 서울고검 춘천지부(정은혜 검사), 상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진술을 번복해 허위 증언한 사건을 밝혀낸 전주지검 형사2부(황성민 부장검사·안미현 검사) 사례, 전세계약서를 위조해 불법 대출을 받은 대출사기범 공범의 위증을 밝혀낸 부산지검 공판부(김상준 부장검사· 박민경 검사) 사례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