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상장기업들 IPO 주저
블룸버그통신 “중소형주 낮은 밸류에이션 탓”
유럽의 중소형주들이 낮은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면서 가치 있는 상당수 비상장기업들이 거래소 상장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의 중소형주는 금융위기 이후 대형주 대비 가장 낮은 주가수익비율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프랑스 헤지펀드 ‘아미랄 게스티온’의 펀드매니저 세바스티앙 리베이로는 “IPO를 고려하는 중소규모 기업들은 이러한 낮은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시장에 나오기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유럽 중소형주에 대한 선호도는 지난 수년 동안 금리상승과 역내 경제성장 둔화로 하락했다. 이들 주가는 ‘이자 법인세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의 5~6배에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금리상승 영향을 받기 전인 2015~2019년의 5년 동안에는 중소형기업이 EBITDA의 약 9배 수준에서 거래됐다.
유럽 대형주는 2021년 초 이후 약 37% 급등한 반면, 중소형주는 5.5% 상승에 그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프랑스의 진료예약 앱 닥터립(Doctolib)이나 차량공유 앱 블라블라카(BlaBlaCar) 같은 유니콘기업들이 상장을 고려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투자기업 ‘피낭시에르 아르베벨’ 전무이사 세바스티앙 랄레베는 “중소형주 가치가 재평가되지 않는다면 시장이 프랑스 기술기업의 IPO를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럽 IPO 시장이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이 지역 기업들은 올해 IPO를 통해 약 124억달러를 모금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명품 스니커즈 브랜드 골든구스(Golden Goose SpA)는 조만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기업공개를 시작할 계획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업가치는 EBITDA의 약 11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많은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높은 가치를 인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주저하고 있다. 지난 4월 스페인 지주회사인 ‘베르제이 꼼빠니아’는 아스타라 자동차유통사업의 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했다. 스칸디나비아 음식·캐주얼다이닝 브랜드를 소유한 ‘요르다네스 ASA’는 지난주 노르웨이 상장계획을 취소했다.
골든구스 외에도 스페인 패션소매업체 ‘텐담’, 독일 그레이하운드 버스 소유주 ‘플릭스’, 휠체어 제조업체 ‘선라이즈 메디컬’ 등이 기업공개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신규상장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사모펀드들이 현재 환경에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밸류에이션의 IPO를 내놓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사모펀드 기업들은 밸류에이션이 너무 낮을 경우 경쟁사 중 한 곳에 기업을 매각하는 등 IPO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아미랄 게스티온 펀드매니저 리베이로는 “사모펀드들이 기업인수를 위해 EBITDA의 약 9배를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주식시장의 가치평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피낭시에르 아르베벨 전무이사 랄레베는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사모펀드가 제시하는 가격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